"정치적 목적으로 군 인사 개입" 주장…실제 추진 여부는 불투명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국방장관 교체에 반발해 군 수뇌부가 동반 사퇴한 가운데 야권이 또다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고 나섰다.

31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주요 야당 지도부는 이날 하원의장에게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서를 제출했다.

탄핵 요구서에는 좌파와 중도좌파 정당 소속 상·하원 원내대표급 의원들이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군 수뇌부의 동반 사퇴를 두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군 인사에 개입하는 위헌적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육·해·공 3군 총장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국방장관 교체에 반발해 전날 동반 사퇴를 발표했다.

3군 총장의 동반 사퇴는 브라질에서 사상 처음으로, 이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의해 교체된 전직 국방장관과 마찬가지로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데 반대해 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 때마다 군부에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최근 연방대법원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에게 부패 혐의로 선고된 실형을 무효로 판결하면서 그의 내년 대선 출마 가능성이 커지자 군 수뇌부가 연방대법원을 비판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브라질 3군 총장 동반사퇴 후폭풍…야권, 대통령 탄핵 요구
지금까지 하원에 제출된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서는 70건을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이 종식되고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 탄핵 요구서가 가장 많았던 것은 좌파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68건) 때이지만, 이는 2011년 1월 취임 이래 2016년 8월 탄핵으로 물러날 때까지 집계다.

재임 기간을 고려하면 보우소나루에 대한 탄핵 요구가 역대 가장 많다.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 여부는 하원의장의 결정에 달렸으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현 하원의장은 탄핵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탄핵이 실제로 추진될지는 불투명하다.

여론은 탄핵 반대가 약간 우세하다.

최근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의회가 대통령 탄핵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찬성 46%, 반대 50%였다.

1월 조사와 비교하면 찬성은 42%에서 46%로 늘고, 반대는 53%에서 50%로 줄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는 찬성 의견이 45%에서 47%로 늘고, 반대 의견은 51%에서 50%로 줄었다.

한편, 이날은 브라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57주년 되는 날이다.

브라질에서는 1964년 3월 31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군사독재정권은 1985년까지 21년간 계속됐다.

이 기간에 수많은 민주 인사가 체포·구금되거나 사망·실종되고 일부는 외국으로 추방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