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독자들 곁으로 귀환했다.

201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펴내는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을 들고서.
이달 초 영국에서 가장 먼저 나온 이후 30개국에 판권이 팔려 차례로 출간되고 있다.

현재 영문학에서 최고 경지에 오른 작가의 작품인 만큼 영국,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영어권에서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소니 픽처스가 영화화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민음사에서 홍한별의 번역으로 펴냈다.

판타지, 역사소설, 미스터리, 공상과학(SF)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오가며 거장의 내공을 보여준 이시구로답게 이번엔 우화에 바탕을 둔 SF를 선택했다.

'로봇과 소녀 이야기'로 돌아온 이시구로
인공지능(AI) 로봇과 몸이 불편한 소녀 사이의 우정, 헌신, 슬픈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들이 집에서 원격 교육을 받는 근미래 미국에서 'AF'(인공친구)로 불리는 AI 로봇이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돼 팔린다.

물론 과학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새로 구성된 계급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자녀는 AF를 갖기 어렵다.

주인공은 '소녀형 AF' 클라라. 쇼윈도에 진열된 클라라는 최신형은 아니지만 다른 AF와 달리 인간의 감정에 관심이 많고 감수성이 풍부한 독특한 존재다.

어느 날 야위고 걸음걸이가 불편한 조시라는 소녀가 나타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둘은 서로에 끌린다.

조시는 꼭 클라라를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하고, 클라라는 다른 아이의 간택까지 거부하며 조시를 일편단심 기다린다.

이런 우화적 이야기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움직이고 말하는 인형이 자신을 데려갈 어린 소녀를 기다리는 내용의 동화를 써보고 싶다는 이시구로의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시구로는 작가이면서 평소 자신의 편집자 역할을 해온 딸 나오미에게 이런 구상을 전했는데, 딸은 "어린이에게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며 단호하게 부정적 답을 내놨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이시구로는 이 이야기를 어른을 위한 SF로 집필하기로 한다.

세상에서 가장 연약해 보이는 두 존재가 우연히 만나는 순간부터 독자들은 이미 슬픈 예감을 지울 수 없다.

이시구로는 이런 운명적 비애를 거장답게 잘 끌고 나간다.

로봇이 인간에게 보여주는 헌신과 사랑을 통해 작가는 인간성과 사랑의 본질을 묻고 드러낸다.

팬데믹이 세계를 불안과 우울에 빠트린 지금 이시구로가 이런 이야기를 들고 온 이유가 있을 듯하다.

대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추천사에서 "대가의 경지에 도달한 장인"이라고 평했다.

이시구로는 이 소설이 자신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남아 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 마'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로봇과 소녀 이야기'로 돌아온 이시구로
이시구로는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다.

켄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이스트앵글리아대학에서 문예 창작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남아 있는 나날'로 부커상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1995년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로 첼트넘상을 받았고, 2005년 복제 인간을 소재로 한 '나를 보내지 마'를 발표해 평단과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2017년 "소설의 위대한 정서적 힘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연결"한다는 평을 받으며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한편 민음사는 이시구로가 2017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노벨문학상을 받고 한 연설도 단행본으로 엮어 출간했다.

제목은 '나의 20세기 저녁과 작은 전환점들'이다.

김남주 옮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