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지방선거와 달리 4·7 재보선서 외국어 안내문 사라져

"선거 장소는 어디인가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가면 되죠?"
2013년 한국에 입국해 4년 전 영주권을 취득해 서울에 사는 A(37) 씨는 최근 집으로 배달된 4·7 재·보궐 선거 안내문을 보고 "모르는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30일 연합뉴스에 "부재자 투표 방법이나 투표소 위치, 시간 등 기본적인 정보마저 외국어로 소개된 게 없었다"며 "적어도 선거 홈페이지에서라도 외국어로 안내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유권자로서 막막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투표 어디서 하나요?" 4만명 外人 유권자, 정보 격차에 '막막'
다음 달 7일 치러지는 재보선에서 외국인 유권자는 4만 명이 넘지만 이전 지방 선거와는 달리 모국어 안내 등은 전무해 정보의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4·7 재보선에서 외국인 선거인수는 4만2천246명으로, 전체 선거인수(1천216만1천624명)의 0.35%에 이른다.

서울이 3만8천126명으로 90%를 차지하고, 부산(2천922명), 울산(676명), 경기(289명) 등의 순이다.

2006년 5월 31일 열린 제4회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영주권을 취득한 지 3년이 지난 외국인은 한국 국적이 없더라도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지방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영어와 중국어, 베트남어로 투표 방식 등을 담은 안내문을 펴내고 외국어로 된 선거 홈페이지를 운영한 것과는 달리 이번 재보선에는 이 같은 서비스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한국어나 한국 생활에 익숙지 않은 일부 외국인 유권자는 막막함을 호소한다.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근처에서 만난 미국 출신 B(40대) 씨는 "유권자라는 사실도 최근 한국인 친구를 통해 알게 됐다"며 "한국어 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는 수준이지만 한국 선거 문화나 투표 방식을 전혀 모르는데 정보를 얻을 만한 창구가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글로벌센터 관계자는 "선관위로부터 관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안내문을 따로 받지 못했다"며 "문의가 오는 외국인에 한해 선거 방식 등을 안내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투표 어디서 하나요?" 4만명 外人 유권자, 정보 격차에 '막막'
전문가들은 동일한 투표권자라면 정보를 얻는 데서도 불평등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마을의 일꾼을 뽑는다'는 게 지방 선거의 취지인 만큼 국적을 불문하고 지역 주민이라면 누구나 선거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투표 시간이나 장소, 방법 등 기본적인 선거 정보를 얻는 데서도 격차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다문화가정법률지원위원회' 위원인 강성식(법무법인 공존) 변호사는 "일부 결혼이민자나 투자이민자 등 각 상황에 따라 한국어가 능통하지 못한 영주권자도 있다"며 "외국어로 선거 안내를 하는 것이 법령으로 정한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적어도 정보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배려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지난 7회 지방선거 때는 해당 서비스를 시행했다"며 "다만 이번 선거는 재보궐선거이기 때문에 외국어로 투표용지나 후보자명 등을 설명하는 별도의 절차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공직선거법 등 현행법상 지방선거 투표 안내문에 외국어를 번역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7회 지방선거 당시에는 중앙선관위가 자체적으로 시행한 서비스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 공보의 경우엔 해당 후보자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지방선거라 할지라도 외국어로 번역하거나 병기할지는 임기만료에 따른 지방선거라고 할지라도 후보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조만간 영문으로 투표 절차를 담은 안내문을 선관위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