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후안무치" 등 비난…통일부, 유감 표명
관계 회복 기대도 요원…미국 대신 '남측 때리기' 성격도

북한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표한 문재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라고 비꼬며 막말 비난을 퍼부었다.

김 부부장의 메시지는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그나마 문재인 정부가 기대했던 남북 정상 간 친분을 바탕으로 관계 회복의 계기를 찾겠다는 구상도 쉽지 않아 보인다.

북, 도 넘는 막말로 문 대통령 비난…정상간 친분까지 퇴색
김 부부장은 30일 담화를 통해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대화의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며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해주어도 노여울 것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뻔뻔스러움', '체면 상실', '후안무치'라고 비난하며 "틈틈이 세상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좀 돌아보는 것이 어떤가 싶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남조선집권자'라는 표현으로 그를 향한 메시지임을 분명히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여정 담화에 대해 "어떤 순간에도 서로를 향한 언행에 있어 최소한의 예법은 지켜져야 한다"면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문 대통령을 향한 독설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축사를 비난하며 "정신이 잘못된 것 아닌가", "채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간다"는 등 모욕적인 표현을 동원한 말폭탄을 쏟아낸 바 있다.

지난해 6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국면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김여정은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인 대남 공세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에도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남북 군사합의서 파기와 대남 대화·교류 관련 기구 정리 등 남북관계 파국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더구나 남북 정상이 관계 경색 와중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서해 공무원 피살 건 등을 계기로 친서를 주고받는 등 친분을 유지해 왔지만, 김여정이 문 대통령에 대한 막말 담화까지 발표하면서 남북관계 회복의 '동아줄'마저 끊어진 분위기다.

특히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드는 하반기에는 남북 모두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기엔 부담이 있어 시간이 촉박하지만, 현재 북한의 분위기로는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북한의 '남측 때리기'는 어느 정도 미국을 향한 메시지의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을 직접 비난하기는 부담스러우니 일단은 남측을 압박해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를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자는 생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한국을 최대한 흔들어 미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남북 당국 간 대화 재개나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에도 김 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북관계 긴장을 고조시켰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군사행동 보류를 지시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전례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있다.

김 부부장이 '악역'으로 남측을 원색 비난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언제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