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으로는 베닌 청동유물 반환 이뤄져야 할 것"

'식민주의에 대한 반성'을 기치로 내건 독일 훔볼트포럼이 베닌 약탈문화재의 원본을 전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독일 제국주의의 상징인 프로이센 왕궁을 재건한 훔볼트 포럼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아시아 등 비 유럽지역의 유물을 전시하는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를 통해 과거 식민주의에 대해 반성하고, 현재 독일 사회에 남은 식민주의의 잔재를 없애는데 기여하는 게 목표다.

'식민주의 반성' 독일 훔볼트포럼, 베닌 약탈문화재 원본 전시
헤르만 파칭어 프로이센 문화유산재단 이사장은 27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파칭어 이사장은 "1897년 영국군의 베닌왕국(현 나이지리아 남부 에도주 베닌시티)에 대한 약탈은 아프리카에 대한 식민지배 당시 대표적인 문화재 약탈사례로 꼽힌다"면서 "영국의 예술품시장을 통해 베닌 청동유물은 유럽의 여러 박물관에 팔려나갔고, 베를린은 530점을 보유해 대영박물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이센 문화유산재단을 비롯해 베닌 청동유물을 소장한 박물관들은 베닌회담 체제 안에서 나이지리아 정부, 베닌시티와 함께 협력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닌시티에 새로 건립하는 박물관에 유럽 박물관들이 소장한 청동유물을 번갈아 전시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우선은 대여전시가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베닌 청동유물의 반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란 것은 명확하며, 프로이센 문화유산재단은 이미 여러 차례 이런 의사를 공표한 바 있다고 파칭어 이사장은 강조했다.

파칭어 이사장은 "하지만, 아직은 이를 위해 많은 작업이 선행돼야 하고, 이는 나이지리아·베닌시티와 함께 준비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훔볼트포럼은 2곳의 전시공간에 걸쳐 소장한 베닌 청동유물 중 절반가량을 전시할 예정이다.

베닌왕국의 역사와 영국군의 점령, 청동 유물의 기원을 다루되 어떤 사실도 숨기지 않을 예정이라고 파칭어 이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베닌 청동유물 원본을 전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이는 추후 이들 유물의 반환 가능성을 없애는 게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베닌 청동유물은 그 정밀함을 봤을 때 세계적인 예술품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식민주의 반성' 독일 훔볼트포럼, 베닌 약탈문화재 원본 전시
파칭어 이사장은 "이 이름 없는 예술가들의 청동유물이 20세기 초에 유럽으로 넘어왔을 때 전문가들은 충격을 받았고, 매혹되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면서 "베닌의 예술은 전세계 박물관에서 볼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베닌시티와 나이지리아의 동조하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 세기 동안 유럽이나 독일이 옛 식민지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요구를 무시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스스로 비판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아프리카인들이 문화유산을 보존할 능력이 없다는 변명은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부끄럽고, 구조적인 인종차별주의를 반영한다고 파칭어 이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식민주의는 우리 박물관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어려운 유산"이라며 "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은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져야 한다.

훔볼트 포럼의 성공은 반환유물의 개수에 의해 잴 수 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상호작용을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