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오세훈, 첫 TV토론서 집요한 설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밤 첫 TV 토론에서 서로 다른 '무기'를 앞세워 집요한 공방을 벌였다.

먼저 박 후보는 '디테일'이 돋보였다.

토론 시작과 동시에 "정치 시장을 뽑는 것이 아니라 '열일'할 시장을 뽑는 매우 중요한 선거"라고 전제한 뒤 꼼꼼하게 숙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 후보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오 후보에게 서울시정과 관련한 수치를 캐묻고 정확한 답변을 듣지 못할 때마다 "아주 엉터리", "성급하다" 등의 지적을 되풀이했다.

오 후보가 "3년 동안 200가구를 대상으로 독일 베를린의 기본소득처럼 안심소득 실험을 할 것"이라고 밝히자, 박 후보는 바로 "200가구를 어떻게 선정하나"라고 물었다.

오 후보가 "골고루"라는 말을 되풀이하자 "베를린 인구가 어떻게 되나"라고 다시 몰아붙였다.

박 후보는 오 후보의 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오 후보가 자신의 답변을 가로막자 "서울시민을 그렇게 대하시나"라며 "자기 얘기만 계속하고 남이 말하면 끊고 말도 못 하게 하고 그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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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후보는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실망하신 유권자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남은 1년 정신 차려라'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으면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무너져내린 서울을 다시 일으켜 세울 후보가 누군지 판단해주시고 일할 기회를 달라"며 박 후보와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오 후보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민생경제 전반이 악화했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참 몹쓸 짓을 했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박 후보가 디테일한 숫자를 캐묻는 데 대해선 "재난지원금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모든 공약의 재원을 추계하니 1년에 15조원 정도 나온다"며 '비현실성'을 지적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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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들도 잇따라 '소환'됐다.

박 후보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으로부터 서울시장 바통을 넘겨받은 오 후보에 겨냥해 "MB와 어떻게 그렇게 똑같으십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오랫동안 MB로부터 가족이 모두 탄압당한 사람"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오 후보는 자신의 서울시장 성과를 소개하면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했다.

오 후보는 "2006년에 노 대통령께서 분양원가 공개를 한다고 했는데 안 하고 미루고 계시다가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논란이 벌어지면서 제가 후분양제와 함께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를 동시에 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언급한 것이다.

오 후보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 추문을 거론하며 공세에 나서기도 했다.

오 후보는 "사과하는 마음이라면 (피해호소인) 3인방을 캠프에 쓰지 않았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추궁했고, 박 후보는 "그런 부분에 대해 상처를 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