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거리두기 했는데…불편·풍선효과 우려" 불만도
사라진 간식·커피…'음식섭취 금지' 새 방역수칙 첫날
사건팀 = 29일 오전 10시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스터디 카페. 휴게실 옆 간식 코너는 사탕과 초콜릿을 담았던 접시가 모두 비워진 채 정수기와 종이컵만 놓여 있었다.

카페 관계자는 "열람실에서는 씹는 소리가 나지 않는 간식 정도는 허용했는데 방역수칙이 바뀐다고 해서 손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어제 간식을 치웠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기본 방역수칙이 시행되면서 독서실·스터디카페, 노래연습장, 영화관·공연장, 도서관 등 21개 업종에서는 음식 섭취가 금지됐다.

이들 시설에서는 부속 식당이나 카페 등 부대시설, 음식 섭취가 허용된 구역에서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비슷한 시각 광진구 화양동의 스터디 카페에서도 학생 8명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곳 운영자는 "꽤 오래전부터 음료를 제외하고 음식물 섭취를 금지해 왔는데, 사탕도 이제 치우려고 한다"며 "어렵지만, 방역수칙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고 했다.

'ㄷ'자 모양의 칸막이가 있으면 음식 섭취가 허용되는 PC방에서는 간식을 먹는 이용자들이 눈에 띄었다.

오전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150석 규모 PC방에는 20여명이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일부는 마스크를 내려 음료를 마시거나 과자를 먹었다.

PC방 종업원 김모(26)씨는 "정부에서 말하는 'ㄷ'자 칸막이는 요즘 거의 모든 PC방이 기본으로 갖추고 있는 거라 새 방역수칙 적용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강남구 삼성동의 영화관에서도 팝콘 등을 먹는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관 관계자는 "작년부터 상영관 내에서 음식물 섭취를 금지했지만, 이제는 로비에서도 제한하고 한쪽 카페에서만 드시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종로구 종로3가동의 한 미용실에는 보통 선반에 놓여 있을 법한 커피나 물조차 보이지 않았다.

염모(73) 원장은 "우리 가게에서는 물이나 차도 드리지 않기로 했다"며 "단골들께서 다들 '조심해서 나쁜 것 없다'며 이해해 주신다"고 했다.

이미 '거리두기'를 잘 지키고 있어 방역수칙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중구 신당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윤모(52)씨는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 전에도 음식은 잘 안 먹었다"며 "차나 커피도 요새는 권하지 않아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의 한 도서관 직원 이모(39)씨도 "코로나 전에는 아이들에게 코코아 등 음료를 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원래도 음식을 들고 오는 아이들이 있으면 밖에서 먹고 들어오라 했다"고 말했다.

새 방역수칙이 불편할뿐더러 풍선 효과가 우려된다는 불만도 나왔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24)씨는 "스터디 카페에서 간단한 커피나 간식류도 못 먹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며 "혼자만 공부하고 말도 하지 않는데 굳이 이럴 필요가 있나 싶다"고 했다.

노량진의 한 독서실 총무 박모(32)씨도 "손님들의 음식물 섭취를 일일이 감시하고 제한하기가 어렵다"며 "방역 수칙이 좀 비현실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음식물 섭취가 제한된 시설을 벗어나 식당과 카페 등에 사람이 몰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취업 준비생 배모(25)씨는 "오히려 사람이 가득한 일반 식당에 몰려가서 밥을 먹는 게 감염 위험이 클 것 같다"고 걱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