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란 주재 중국 대사 홍콩매체에 "중국, 미국 덜 신경쓰게 돼"
"중국-이란 25년 협정, 중국의 중동정책에 중대한 변화"
중국과 이란이 25년간 협력을 약속하는 장기협정에 서명한 것은 중국의 중동정책에 있어서 중대한 변화를 상징한다고 전 중국 외교관이 밝혔다.

화리밍(華黎明) 전 이란 주재 중국대사는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은 1979년 미국과 수교한 이래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란과의 거래에 신중을 기해왔지만, 중미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이란과 협정을 체결한 것은 중동정책의 변화를 뜻한다고 말했다.

SCMP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테헤란에서 향후 25년간 에너지·경제·안보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협정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화 전 대사는 "해당 협정과 왕이의 (테헤란) 여행은 이란, 해당 지역과 중국의 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이란 대사를 지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와 네덜란드 대사도 역임했다.

그는 "카터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은 중국에 미국-이란 관계에 대해 종종 상기시켰다"며 "미국인의 입장에서는 (중국-이란 관계가) 미중 관계의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몇달간 중미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면서 그런 시대는 사라졌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부장은 현지에서 "국제적, 지역적 상황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중국은 이란을 향한 우호적인 정책을 확고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리프 장관은 중국을 "어려운 시기의 친구"라고 강조하며 "우리는 이란을 상대로 한 잔혹한 제재의 시기에 중국의 소중한 입장과 행동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SCMP는 이번 협정 체결까지 5년 가까이 걸렸지만, 자세한 사항은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화 전 대사는 이번 협정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계획 아래 경제, 문화, 안보와 석유·가스·핵에너지를 포함한 군사 분야까지 폭넓은 범위의 여러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고 확인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최근 몇달 간 중국의 이란 석유 수입은 꾸준히 증가해왔다고 밝혔다.

화 전 대사는 "중국과 이란 모두 상호 긴밀한 관계를 공개적으로 알리는 데 관심이 있다"며 "이는 바뀐 현실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의 생각에 신경을 덜 쓰게 되면서 우리는 이란과 관계 증진에 있어 더 이상 자체적으로 가해왔던 제약에 제한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CMP는 우시케(吳思科) 전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중국 대사를 인용, 왕이 외교부장의 중동 6개국 순방은 이란과 사우디 사이 중재자 역할을 포함해 중동에서 중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