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네요.

올해도 이렇게 예쁜 튤립 꽃봉오리를 잘라야 한다니…"
전남 신안군 임자도의 한 주민은 막 피어오르는 튤립 꽃송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했다.

자칫하면 올해도 아름다운 임자도의 튤립을 보기가 힘들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임자도의 명물 대광해수욕장 앞에는 6만8천㎡ 규모의 임자도 튤립공원이 있다.

이 튤립공원에는 2천만 송이의 튤립이 매년 4월 초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바다 위에 깨를 뿌린 듯 많은 섬이 있어 들깨를 일컫는 임자(荏子)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신안군이 임자도 튤립단지의 튤립 꽃봉오리를 모두 자를 예정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신안군 지도읍과 임자도를 잇는 4.99㎞ 길이의 임자대교가 개통한 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구멍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길따라 멋따라] "임자, 못다 핀 튤립 꽃봉오리 꼭 잘라야 쓰것소?"
이런 예측은 최근 개통한 임자대교로 예상보다 2배나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더 설득력을 얻었다.

임자대교 개통 이후 하루 8천 대의 차량이 왕복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기대에 찬 주민들과는 반대로 신안군은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처럼 튤립의 꽃봉오리를 모조리 쳐내지는 않기로 했다.

방역 수칙만 잘 지킨다면, 외부활동을 통한 감염위험이 아주 높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신안군은 2천만 송이 가운데 1천만 송이 정도는 꽃봉오리를 제거하지 않고 관광객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길따라 멋따라] "임자, 못다 핀 튤립 꽃봉오리 꼭 잘라야 쓰것소?"
신안군 관계자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마음이 답답해서 멀리서 임자도를 찾은 사람들에게 도리가 아닌 듯해 올해는 절반을 남기기로 했다"면서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갑갑한 마음을 달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대부분 방문객이 버스를 타고 오는 단체 여행객이 아니라 승용차를 타고 온 개별 여행자들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이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크게 반기는 입장이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은 대파의 산지로 유명한 임자도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면 농산물 유통 등 다양한 부수적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길따라 멋따라] "임자, 못다 핀 튤립 꽃봉오리 꼭 잘라야 쓰것소?"
신안군 1호 사회적기업 임자만났네 정창일대표는 "방역수칙 준수 등이 생활화되고 있는 실정에서 튤립을 다 자를 필요가 있냐는 주민들의 의견이 통한 듯해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