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에즈운하의 ‘마비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적선사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인근 해상에서 발이 묶였다. 수출기업에는 비상이 걸렸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의 2만4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그단스크호’가 수에즈운하 북쪽 입구 해상에서 이틀째 대기 중이다. 유럽에서 귀환 중인 이 배에는 자동차, 기계류, 냉동 수산물 등이 실려 있다.

지난 23일 대만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운하 중간을 비스듬하게 가로지른 채 좌초되면서 수에즈운하 양방향에서 선박 약 200척의 발이 묶였다. AFP통신 등 외신은 최악의 경우 정상화까지 수주가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유럽 노선에 13척의 컨테이너선을 투입하고 있는 HMM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경유하는 노선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약 9600㎞를 더 항해해야 하고 운항 기간도 1주 더 걸린다. 수출기업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집트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의 생산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수에즈운하를 거쳐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된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유럽 현지 공장의 원료와 부품 공급이 늦어질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진정세를 보이던 컨테이너선 운임도 다시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아시아~유럽 노선 운임은 지난 19일 기준 TEU당 2583달러로 한 달 전보다 10% 내렸지만 1년 전에 비해선 세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해운운임이 다시 급등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이날 HMM 주가는 15.96% 급등한 3만4150원에 마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