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차 찾지 못해 캐피탈업체에 대출금 일시 상환해야 판
제주경찰, 모집책 5명 소환 조사했으나 주범 못 잡아

제주 외제차 수출 사기 피해 차량을 하나둘 찾고 있지만, 추가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제차 사기 피해 갈수록 태산…주인 몰래 수천만원 추가 대출
26일 제주 외제차 사기 피해자 A씨에 따르면 전날 A씨 명의의 피해 차 1대를 전남 장흥에서 찾았다.

A씨는 피해 차에 대한 과태료가 장흥 관산읍에서 계속해서 날아오자, 이 차를 판매한 딜러에게 말해 주변 수색을 부탁했다.

수색 일주일만인 전날 딜러에게 차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은 A씨는 부랴부랴 제주에서 광주행 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A씨는 이 차를 보유하고 있던 B씨에게 이 차가 자신의 명의로 돼 있음을 밝히고 B씨로부터 차를 인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B씨는 "자신도 돈을 주고 차를 샀으니, 돈을 주고 가져가라, 사실은 후배가 그냥 타라고 했다"는 둥 이리저리 말을 바꾸며 쉽게 차 열쇠를 내어주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에 도움을 요청했다.

제주경찰청은 피해 차가 발견된 지점 인근 장흥경찰서 관할 관산파출소에 "피해 차 열쇠를 맡아 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당초 관산파출소는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면서 나 몰라라 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인지하고 제주경찰청 경찰이 현장으로 갈 때까지 차 열쇠를 보관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차는 며칠 전부터 대포차로 이용, 수배 차량으로도 등록된 상태였다.

제주경찰청 담당 경찰관은 이날 관산파출소로 직접 찾아 가 피해자와 이 차를 보유하고 있던 B씨와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8천만원의 담보대출을 받은 차를 가지고, 3천만원의 추가 담보대출을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피해자 C씨는 최근 인천에서 피해 차 1대를 찾았다.

피해 차 자동차보험을 연장하려고 보니, 이미 보험이 가입된 것이었다.

C씨는 이와 함께 이 차에 담보 3천만원이 추가됐다는 점도 확인했다.

C씨는 "피해 차를 대포차로 사용하던 이가 인천 소재 캐피탈에 이 차를 맡기고, 3천만원 담보대출을 받아 갔다"며 "캐피탈 측은 3천만원을 지불해야 차를 줄 수 있다는 입장인데, 이미 그 차 대출금만 8천인데 또 3천만원을 어떻게 지출하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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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차를 구매하는 데 명의를 빌려줬던 피해자들이 대출금을 한꺼번에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인 경우도 발생했다.

자신도 모르게 신차가 아닌 중고 외제차를 산 피해자 중 일부는 최근 캐피탈 업체로부터 차량 실황 조사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중고차 대출 상품으로 대출금이 지급된 중고차에 운행정지 명령이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이유다.

캐피탈업체 측은 피해자들이 표준약관 제8조를 어기고 중고차를 임의 처분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10일 내로 실황 조사에 응하지 않을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 자동차 대출 표준약관 제8조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승낙 없이 당해 자동차를 양도, 대여 등을 하면 안 된다.

중고 자동차 대출은 그 용도가 자동차 취득으로 제한돼 있어 대출을 받은 당해 차를 처분하게 되면 대출금이 차량 취득의 목적이 아닌 다른 곳에 사용하기 위해 받은 것으로 돼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

결국 피해자들이 캐피탈업체 측에 대출을 받아 구매한 차를 보여주지 못하게 되면 차 대출금을 다른 곳에 사용한 것으로 취급돼 당장 계약이 해지되고, 대출금을 일시불로 물어야 한다.

피해자 D씨는 "대포차로 이용되고 있는 피해 차에 대해 운행정지 신청을 하지 않으면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일시불 상환이 어렵다는 이유로 운행정지 신청도 못 하느냐"며 "대출금도 매달 연체하지 않고 내고 있는데 속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제주경찰청은 현재 외제차 구매에 명의를 빌려주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차량을 갈취한 혐의(사기)로 주범과 모집책 등 7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5명을 불러 조사하고 있으나 주범인 다른 지역 소재 무역회사 대표 A씨와 모집책 1명 등 2명은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

A씨와 모집책들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120여 명에게 캐피탈 업체를 통해 60개월 할부로 고급 외제차를 사주면 1대당 2천만원을 지급하고 차량 할부금도 모두 대납하겠다고 속여 250여억원 상당의 외제차를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