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에 이어 탄도미사일로 압박 가중하면서도 김정은 불참, 대미 언급 없어
바이든 경고 이어 대북제재위도 소집…당대회서 밝힌 핵잠·ICBM 시험까지 이뤄지나

북한이 26일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식 확인하면서 북미 간 신경전의 포문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2차례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탄도미사일로 강도를 높인 것은 미국을 향한 압박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 시험발사 현장에 불참했고 대미 언급도 나오지 않아서 미국과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기보다는 수위를 조절해가며 도발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탄도미사일 확인하며 美와 본격 신경전…미묘한 수위조절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방과학원이 3월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날 오전 한미일이 포착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식 확인한 발언이다.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22일과 이달 21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나흘 만인 25일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처음으로 탄도미사일까지 쏜 셈이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 향방을 주시하며 관망하는 모양새였지만, 일주일 새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대미 담화로 포문을 열고 순항·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며 본격적으로 링 위에 올랐다.

북한이 본격적인 군사행동에 나선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행보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1월 당대회에서 '적대행위 일체 중단'을 들고나오며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했음에도 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된데다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한미 '2+2회담'에서 북한이 민감한 인권 문제를 지적하면서 커진 불쾌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가 사상 첫 북한 국적 사업가를 미국에 인도한 사건도 북한으로선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사건이다.

북한은 즉각 말레이시아와 단교하고 미국이 배후조종자·주범이라며 '응당한 대가'를 경고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한미연합훈련 중단하라고 했는데 진행됐고, 말레이시아의 북한인 미국 인도, 블링컨 국무장관의 인권 비판 등으로 북한이 존재감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북한의 수세적 도발이자 북미 신경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확인하며 美와 본격 신경전…미묘한 수위조절
북한은 무력 도발에 나서면서도 수위는 조절하는 모양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전술유도무기 시범 사격에 참관했고 같은 달 4차례에 걸쳐 전선 장거리포병대 훈련과 포병부대 사격 대항경기를 지도했지만, 이번 미사일 발사 현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국이나 남한에 대한 직접 언급도 없었다.

이날 시험발사를 지도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조선반도(한반도)에 존재하는 각종 군사적 위협"만 언급해 우회적으로 미국과 남측을 겨냥한 데 그쳤다.

북미 갈등이 고조되던 2017년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참관한 김 위원장이 직접 "미국이 감당하지 못할 핵 반격을 가할 수 있는 군사적 공격 능력을 계속 질적으로 다지며 곧바로 질주해나가야 한다"고 언급했고, 북한 매체에서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사정권으로 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오히려 이날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목표로 내건 국방과학정책을 미사일 시험발사의 한 배경으로 내세웠다.

김성배 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사일 발사의 의미를 전략·기술·정치적으로 나눠 보면 가장 큰 것은 기술적 의미"라며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 우리 (군)보다 떨어지는 부분은 고체연료 쪽이며, 수년 전부터 여기에 집중해 개발했으니 테스트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확인하며 美와 본격 신경전…미묘한 수위조절
다만, 미국의 강경한 대응이 북한의 도발에 불을 붙이면서 '강대강'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남아있다.

김 위원장은 8차 당대회에서 미국을 향해 '선대선·강대강' 대응을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그들(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대응이 있을 것이다.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안보리는 미국의 요청으로 26일 대북제재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한 상황이다.

북한이 당대회에서 국방력 강화를 천명한 만큼 미국의 압박을 빌미로 신무기 시험을 계속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당대회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은 물론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 개발 등을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