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한민국 군사전략 부활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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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미사일 도발 감행한 北
'평화 애걸' 저자세서 벗어나
군사적 힘의 균형 되찾을 때"
류제승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예비역 육군 중장 >
'평화 애걸' 저자세서 벗어나
군사적 힘의 균형 되찾을 때"
류제승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예비역 육군 중장 >
![[시론] 대한민국 군사전략 부활시켜야](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07.20531241.1.jpg)
‘전쟁을 하지 않으려면 전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역설은 고전적 명제다. 평화는 전쟁억제의 다른 표현이다. 핵시대 군사전략은 전쟁 수행보다 억제에 방점을 둔다. 따라서 전쟁이 나면 국가와 군은 1차적 사명을 다하지 못한 것이고, 전승은 2차적 사명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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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핵 단추 앞에 앉은 김정은은 “한국군은 북한군의 상대가 안 된다”며 위계적 ‘새판 짜기’로 노골적인 내정 간섭을 서슴지 않는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평화 애걸’ 태도를 악용해 때로는 무력도발로 겁박하고 때로는 대화에 나서 무슨 큰 시혜라도 베푸는 양 조롱하기를 반복하지 않는가.
이런 와중에 군사력 운용의 주체인 장병들의 정신적 태세마저 이완돼 있어 걱정이다. 군 정신전력 교재에서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북한군의 교조적 사상무장에 맞설 대적(對敵) 관념을 일찌감치 지운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 ‘최고 존엄’도 두려워하는 물리적 태세를 줄줄이 버렸다. 3년 전에 전방 확성기방송을 철폐한 데 이어 오는 30일에는 대북전단금지법이 발효된다. 9·19군사합의로 완충지대가 확장된 탓에 감시·정찰 능력이 저하되고 육·해·공군의 작전·훈련활동은 현저히 위축됐다. 자연히 위기관리와 준비태세에 많은 허점이 노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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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열린 한·미 외교·국방 회담은 북한·중국 문제로 상호 갈등만 더 키웠다. 이 정권 핵심 인사들은 유엔군사령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군사주권 운운하며 무턱대고 밀어붙인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기지 건설은 환경영향평가 협의체조차 구성하지 않아 기약이 없다. 이런 흐름에서 조 바이든 정부와 ‘핵 안전보장’ 강화책을 의논하라고 외친들 쇠귀에 경 읽기다. 군사전략의 한 축인 군사력 건설 과정도 위용을 떨치지 못하고 쉬쉬한다. ‘신형전술무기’로 새벽잠을 깨우는 북한 행태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그나마 F35전투기·조기경보기·미사일·잠수함 등 신예 병기의 배치는 지난 정부부터 추진해온 결과다.
모름지기 한반도 힘의 균형을 되찾는 열쇠는 대한민국 군사전략의 부활에 있다. 우리가 누리는 경제·문화적 풍요가 군사적 균형을 보정해 준다는 착각은 금물이다. 조용하던 북한이 언제 핵 도발로 표변할지는 김정은만이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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