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요시모토 바나나의 에세이집

팬데믹 장기화에 이제는 우울감을 넘어 화까지 치밀어 오를 정도다.

끝없이 길고 어두운 터널을 걷는 듯한 답답함을 호소할 곳조차 마땅치 않다.

이럴 땐 세계적인 작가들에게 슬쩍 길을 물어보는 것도 망가진 삶을 정상화할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침 20세기 대표 지성 중 한 명인 움베르토 에코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일본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에세이가 나란히 나왔다.

기호학과 미학의 대가인 에코는 '지성'을, 대표작 '키친'으로 유명한 바나나는 '감성'을 각각 상징하는 작가이지만 어느 쪽이든 심신이 지친 독자들이 위안을 얻기엔 충분하다.

에코의 수필집은 한국에서만 20만 부가 넘게 팔린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새로운 장정으로 다시 출간했다.

이세욱이 옮겼다.

유쾌한 유머와 지성적 농담, 그리고 인생의 지혜가 넘치는 책이다.

'바퀴 달린 여행용 가방을 쓰러지게 하는 방법', '셰틀랜드의 가마우지를 가지고 특종 기사를 만드는 방법', '포르노 영화를 식별하는 방법', '죽음에 담담하게 대비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고향 이탈리아 알레산드리아의 풍경과 분위기를 서정적으로 회상하는 대목도 있다.

판미동 출판사에서 김난주의 번역으로 출간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에세이집 제목은 '우리 함께 호오포노포노'이다.

심리 치유 에세이를 표방했는데, 제목과 노란 표지부터 감성이 넘쳐난다.

'호오포노포노'는 하와이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심리 치유법이라고 한다.

원주민 말로 '잘못을 고친다'는 뜻이다.

요시모토는 현실적으로 살고자 '내면 아이'의 목소리를 억누르면서 자신감을 점차 잃어버렸다.

하지만 호오포노포노를 알고 내면 아이를 돌보는 구체적 방법을 배우면서 자신감을 되찾고 긍정적으로 소설 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특히 그는 진심을 외면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알아차리기만' 해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생각을 정화하며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