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등 첨단무기 필수 부품
반도체 못 만들면 안보까지 위협
美 이어 유럽도 자국생산 움직임

과거 반도체산업은 IDM(종합반도체기업)이 주름잡았다. 전자 플랫폼이 PC 위주였기 때문에 CPU를 중심으로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모두 내재화한 기업으로 생태계가 짜였지만 최근에는 팹리스, 파운드리, 후공정 등으로 분업화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의 등장으로 반도체의 쓰임새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활용도가 늘면서 파운드리 수요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파운드리 시장이 수요에서 공급 중심으로 ‘갑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각국이 반도체 확보에 사활을 거는 데는 안보 이슈가 맞물려 있다. 반도체가 첨단무기를 가동하는 데 필수 부품이 되면서 ‘전략자산’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세대 전투기 기술의 핵심인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 배열(AESA) 레이더가 대표 사례다. 적군의 레이더에 아군 비행물체가 감지되지 않으면서도 숨어 있는 적군을 찾아내는 데 이 기술이 활용된다. 여기에 쓰이는 반도체 소자를 먼저 개발한 미국은 우방국에도 기술이전을 꺼린다. 한국도 AESA 레이더를 장착한 KF-X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기술 이전을 받으려 했지만 미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자체 설계했다. 양지원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율주행군용차, 최첨단 드론 등 미래 병기에 모두 반도체가 사용된다”며 “반도체는 ‘산업의 쌀’인 동시에 ‘국가안보의 쌀’”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에서도 반도체를 자국 내에서 제조하려는 움직임이 고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럽은 10% 미만인 반도체 역내 생산 비중을 30%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이라며 “앞으로 국가 차원에서 파운드리산업에 투자하거나 해외 공장을 유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