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악마는 타락한 전문가의 탈을 쓰고 나타난다!
< 프롤로그>
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전문가 집단들은 그들의 전문성과 도덕성으로 사람들에게 깊은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타락한 전문가는 그런 일반인들의 믿음을 이용하여 악마의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가 있다. 영화< 데블스 에드버킷/The Devil’s Advocate, 1997>에서는 법을 통해 어디에나 침투할 수 있는, 유능하지만 타락한 변호사가 그런 역할을 맡았다. 사회가 점점 고도화될수록 각 분야에서(법조계, 의료계, 정치계 등)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의 정신으로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가치관과 사명 의식이 투철한 전문가들의 출현이 절실하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악마는 타락한 전문가의 탈을 쓰고 나타난다!
< 영화 줄거리 요약>
플로리다의 소도시 갱스빌, ‘케빈 로맥스(키아누 리브스 분)’는 재판에서 64번이나 연전연승의 무패 행진으로 잘 나가는 젊은 변호사다. 물론 변호를 하면서 갈등은 많다. 뻔히 유죄인 것 같은 파렴치한 사람을 위해 양심을 감추고 변호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의 욕망에 충실한 변론 덕분에 살아난 파렴치범이 많아지고 인기 절정의 변호사로 부상하면서 뉴욕의 대형 투자 회사인’ 존 밀튼 투자회사’에서 최고급 아파트와 엄청난 연봉 등 파격적 조건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다. 케빈은 ‘아내 매리 앤(샤를리즈 테론 분)’과 함께 뉴욕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밀튼사의 회장인 ‘존 밀튼(알 파치노 분)’은 강렬한 카리스마로 케빈을 순식간에 압도하게 된다.

케빈에게 맡겨진 첫 임무는 “이상한 종교의식을 벌이다 공중 위생법으로 기소된 밀튼 사의 중요고객을 변호하는 것”으로 케빈은 해박한 법률 상식, 자신만만한 변론으로 첫 재판에서 완벽하게 승소하면서 뉴욕 법조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한편 케빈이 욕망을 좇아 일에만 몰두하는 사이 아내 ‘매리 앤’은 외로움과 원인 모를 공포감에 빠지게 되고 때론 꿈과 현실을 혼동하는 공황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미 “양심의 가책”이 없어진 케빈은, 이런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상류사회의 달콤한 유혹에 깊이 빠져들게 되고, 점차 누가 봐도 부도덕한 사건을 맡아 억지 승소를 만들어 내며 악의 화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급기야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던 아내 ‘매리 앤’이 자살하기에 이르자 케빈은 마침내 이 모든 죽음과 공포의 원인이 ‘존 밀튼’회장에게 있다고 확신하고 그를 찾아가서 따지다가 상상도 하지 못할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 밀튼은 악마의 화신이었으며, 자신과 같은 욕망에 눈이 먼 인간을 발굴하여 그를 악마의 아들로 만들어 탐욕을 통해 인간 세상을 타락시키는 것이었다. 정신을 차린 케빈은 다시 선량한 변호사로 돌아가려고 애를 쓰지만 “양심의 가책”을 덮어 버리고, 쾌락과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사는 인간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된다. 마침내 케빈은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고 “양심에 따라 행동하던 과거”로 돌아갈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지만, 그의 곁에는 또 다른 얼굴로 악마의 유혹이 따라붙는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악마는 타락한 전문가의 탈을 쓰고 나타난다!
< 관전 포인트>
A. 케빈이 자신도 모르게 악마의 변호인이 된 배경은?
케빈은 시골에서 무패의 기록으로 재판에서 이기면서 자만심이 높아졌고, 뉴욕의 대형 투자회사로 스카우트 되면서 자신의 능력을 통해 한꺼번에 부와 명예를 가진 상류사회의 일원으로 발돋움하고 싶었다. 가장 소중했던 자신의 부인이 악의 소굴에서 힘들어할 때, 곧 적응할 것이라면서 애써 외면하고 방치함으로써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사실 자신이 타락하여 생긴 책임을 악마인 존 밀튼에게 전가했지만, 존 밀튼의 주장대로, 케빈은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어긋난 욕심과 탐욕스러운 욕망이 가득한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 된 것이다.

B. 케빈이 존 밀튼에게 자신의 아내를 죽인 책임을 묻자 답한 내용은?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소박하게 살기를 원했던 선하고 아름다운 ‘매리 앤’이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고 만다. 그 원인이 존 밀튼에게 있다고 본 케빈이 찾아가 추궁하자, 그는 “넌 언제든지 너의 아내를 구할 수 있었지. 그녀가 원한 건 단지 사랑뿐이었다고, 근데 넌 너무 바빴지? 네가 매리 앤을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야, 단지 더 사랑한 사람이 있었던 거지, 바로 너 자신이야!”라면서 악마답게 책임을 케빈에게 있음을 상기시켰다.

C. 케빈이 마지막 반성하고 취한 행동은?
악마인 존 밀튼은 “허영은 최고의 기호품이지, 아주 근본적인 거야, 이기심은 원초적인 아편이지. 죄책감은 벽돌 더미와 같아, 별거 없이 그냥 쓰러뜨리면 돼”라고 온갖 괴변으로 케빈을 유혹하지만, 케빈은 악마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자유의지”를 통한 선택으로, 권총을 들어 자살하게 된다. 그 순간 그는 환상에서 깨어나게 되고, 자신이 첫 양심을 저 버렸던 법정에서 다시 눈을 뜨고, 자신이 옹호했던 몰염치 한 범죄자의 변호를 포기하며 재판장을 나가 버린다. 하지만 기분 좋게 아내와 퇴장하던 그에게 기자가 다가와서 “이일이 완벽한 특종감이자, 스타가 될 수 있는 길이라 알려주며 그를 유혹한다. 관심을 보이며 내일 아침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케빈의 대답과 동시에 기자는 악마인 존 밀튼의 얼굴로 바뀌면서 “허영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호품이지(Vanity is my favorite sin)”라고 인간의 나약함을 비웃는다. 결국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에 항상 자신을 성찰하여 바른길로 나아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D. 전문가가 타락하면 더욱 큰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일반인들은 전문가집단이 사회 각 분야에서 공인된 자격증으로 무장한 전문적인 지식과 그런 힘에 합당한 고도의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타락한 전문가에 의해 쉽게 마음의 문을 열고 수용하는 사람들을 악의적으로 조종하여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전문가에 대한 공인 절차가 인간다운 소명 의식보다, 고도의 기술적 지식으로만 검증하는 프로세스가 더 큰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악마는 타락한 전문가의 탈을 쓰고 나타난다!
< 에필로그>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전문가가 타락할 경우, 그 사람이 유능할수록 “악마의 화신”이 되어 사회에 미치는 해악은 엄청날 수 있다. 영화< 데블스 에드버킷> 에서는 어떤 사람도 욕망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고 참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부단한 성찰을 통한 자기 수양과 선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주변 환경의 지속적 정화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우쳐준다. 특히 많은 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는 전문가집단이라면 존 밀튼과 같은 악마의 유혹이 항상 가까이 있기에 더욱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이 필요한 시대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