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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 여름 숲, 권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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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 여름 숲, 권옥희

    여름 숲



    권옥희



    언제나 축축이 젖은


    여름 숲은


    싱싱한 자궁이다



    오늘도 그 숲에


    새 한 마리 놀다 간다



    오르가슴으로 흔들리는 나뭇가지마다


    뚝뚝 떨어지는


    푸른 물!



    【태헌의 한역】


    夏林(하림)



    夏林常漉漉(하림상록록)


    便是活子宮(변시활자궁)


    今日亦一鳥(금일역일조)


    盡情玩而行(진정완이행)


    極感搖樹枝(극감요수지)


    靑水滴瀝降(청수적력강)



    [주석]


    * 夏林(하림) : 여름 숲.


    常(상) : 언제나, 늘. / 漉漉(녹록) : 축축한 모양, 또는 흐르는 모양.


    便是(변시) : 바로 ~이다. / 活子宮(활자궁) : 살아있는 자궁.


    今日(금일) : 오늘. / 亦(역) : 또, 또한. / 一鳥(일조) : 한 마리의 새.


    盡情(진정) : 실컷, 마음껏. / 玩而行(완이행) : 놀고 가다.


    極感(극감) : 지극한 느낌, 극치의 느낌. 이 시에서는 ‘오르가슴’의 뜻으로 사용하였다. / 搖(요) : 흔들다, 흔들리다. / 樹枝(수지) : 나뭇가지.


    靑水(청수) : 푸른 물. / 滴瀝(적력) : (물이 떨어지는 소리) 뚝뚝, 후두둑. / 降(강) : 떨어지다.



    [직역]


    여름 숲



    여름 숲은 늘 축축이 젖은


    바로 살아있는 자궁


    오늘도 새 한 마리가


    실컷 놀고는 간다


    오르가슴에 나뭇가지가 흔들리자


    뚝뚝 떨어지는 푸른 물!



    [漢譯 노트]


    당연히 시에도 19금(禁)이 있다. 그리하여 이 시를 19금시로 분류하는 독자나 평자가 분명 많을 듯하다. 설혹 다중(多衆)에 의해 19금이라는 판결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역자는 이 시를 정말 ‘건전한’ 시로 간주하고 싶다. 물론 비유와 묘사가 다소 선정적이고 대담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시인이 시에 담은 뜻은 자연의 건강함이 인간의 건강함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인간은 자연의 건강함, 곧 그 섭리(攝理)를 배우고 순응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어쨌거나 역자는 이 시를 감상하면서 인간의 상상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저 하늘 너머 우주(宇宙)만이 어찌 광대무변(廣大無邊)한 것이겠는가!


    짧은 음보(音步)의 3연 8행으로 구성된 이 시를 역자는 6구의 오언고시(五言古詩)로 옮겨보았다. 원시 제2행에 위치한 주어 ‘여름 숲은’을 맨 앞으로 끌어올리고 관형어구인 제1행을 술어로 처리하였으며, 제3행을 한역하면서 원시에 없는 ‘바로[便]’를 보충하였다. 제4행의 ‘그 숲에’는 한역 과정에서 누락시키고, 제5행에 없는 ‘실컷[盡情]’을 또 보충하였다. 한역시는 짝수 구마다 압운(押韻)하였으며, 압운자는 ‘宮(궁)’, ‘行(행)’, ‘降(강)’이다.


    한역시의 ‘極感(극감)’은 문헌에 보이는 어휘는 아니지만 우연하게도 동양대 강구율 교수와 의견이 일치한 조어(造語)라서 사용하게 되었다. 역자가, 오늘날 중국어에서 ‘오르가슴’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고조(高潮)’라는 어휘를 굳이 피한 이유는 ‘高潮’의 ‘潮[물결]’와 이 시의 ‘나뭇가지’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적당한 말이 없으면 만들어가는 것, 어쩌면 한시를 즐기는 자들만의 특권이 아닌지 모르겠다.


    2019. 7. 23.


    강성위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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