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불법환적으로 최대 110만배럴 반입"…공식수입 더하면 233만배럴로 한도 훌쩍
NYT 탐사보도…유엔에 3번 걸린 선박 다이아몬드8, 작년 5월 해상환적 후 북한행
"북, 작년 한도 4배 정제유 반입…중국계배후 선박 또 불법환적"(종합)
북한이 밀수 등으로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정한 연간 반입 한도의 네 배가 넘는 정제유를 수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북한에 여러 차례 석유를 몰래 공급한 사실을 적발당한 선박이 지난해에도 대북 석유 밀수출을 추가로 감행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국계 기업이 배후로 지목됐다.

23일 영국 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와 미국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가 발간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불법 환적 등을 통해 반입한 정제유 규모가 61만4천∼110만5천 배럴 상당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안보리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식 통계까지 더하면 작년 북한 정제유 반입량은 최대 233만2천 배럴에 이를 것으로 계산된다.

유엔 안보리에서 정한 연간 반입 한도인 50만 배럴의 4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 2397호에 따라 1년간 북한에 공급할 수 있는 정제유를 총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유엔 회원국은 30일마다 북한에 제공한 정제유 양과 금액을 알리도록 해왔다.

이런 석유 밀수출 '작전'의 배후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한 중국계 기업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자사 영상탐사팀과 아시아 주재 특파원들을 동원해 6개월 동안 대북 석유 밀수출에 관여한 유조선들을 추적하고, 영국 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와 미국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의 최신 보고서를 분석해 이같이 전했다.

신문은 북한에 석유를 몰래 실어나른 최대 규모 외국 선박이자 지난해 유엔 보고서에서 최소 3차례 대북 석유 밀수출을 한 것으로 적시된 '다이아몬드 8'호를 주로 추적했다.

"북, 작년 한도 4배 정제유 반입…중국계배후 선박 또 불법환적"(종합)
그 결과 다이아몬드 8은 지난해 5월 대만에서 출발해 공해에서 '슈퍼스타'라는 다른 유조선과 만나 이 선박으로부터 석유를 옮겨 실은 사실이 위성사진 등을 통해 확인됐다.

이후 3주간 어떤 항구에도 들르지 않고 공해상에 머무르던 다이아몬드 8은 북쪽으로 향한 뒤 8일간 추적 신호를 끄고 사라졌다.

NYT는 이 기간에 다이아몬드 8과 크기와 특징이 일치하는 선박을 북한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다이아몬드 8은 추적 신호를 끄는 것뿐 아니라 최근에는 가짜 선박명을 송신하는 수법으로 추적을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RUSI 분석 결과 이 선박은 지난해 가을 중국 푸젠성에서 '파샤4'라는 선박명으로 신호를 송출했으나, 진짜 파샤4는 당시 터키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푸젠성 출신의 기업인 토니 텅이 싱가포르에서 설립한 석유무역회사 윈선그룹이 이러한 대북 석유 밀수출의 배후에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문제의 선박 다이아몬드 8은 윈선그룹의 대만 내 사업체인 윈선해운이 2016년까지 직접 소유했으며, 이후 2018년까지 이 선박을 소유한 회사들의 주소는 모두 윈선해운 소유 사무실로 드러났다.

현재 소유주는 인도네시아의 전직 선원으로 선박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인물이다.

게다가 현 소유주에게 다이아몬드 8을 판 인물과 현 소유주가 과거 일했던 선박회사 회장은 모두 토니 텅과 같은 푸젠성 시천 출신에 중학교 동창으로 확인됐다.

공해상에서 다이아몬드 8에 석유를 옮겨 실은 선박 슈퍼스타와 에버그랜저 모두 소유 회사가 윈선해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기업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토니 텅의 딸로 윈선그룹의 후계자인 크리스털 텅은 NYT에 "북한 또는 어떠한 제재 대상국에 부과된 제재를 위반하는 행동을 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윈선해운은 NYT 취재 후 갑자기 회사명을 정위해운으로 바꾸고 대표자를 교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