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스맨 1’에서 젊은 후보 여러 명을 뽑아 놓고 차기 킹스맨을 선발하는 테스트를 합니다. 자질, 능력 등 다양한 기준으로 선발된 후보들은 각 개인의 능력 테스트는 물론 동료애와 극한 상황에서의 위기 탈출 능력 등 다양한 테스트를 거칩니다.

테스트의 마지막 단계에 클럽에서 마신 샴페인에 들어있는 약에 취해 사로잡힌 주인공은 철로에 손발이 묶인 채 깨어나 멀리서 다가오는 열차 소리를 들으며 악당으로부터 킹스맨 조직의 비밀을 실토하라는 협박을 받습니다.

주인공은 끝까지 아니라고 버티다가 엿이나 먹으라는 말을 뱉으며 죽기를 각오하지만, 열차가 덮치는 순간 철로가 밑으로 내려앉으며 살아남아 시험에 통과하게 됩니다.

반면에 후보로 선출된 초기부터 주인공을 업신여기며 출신을 자랑하던 동료는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킹스맨의 비밀을 실토하며 살려달라고 외치다가 탈락하게 됩니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탈락한 후보는 자기 아버지 이름을 거론하며 우리 아버지가 당신들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고 뒷 배경을 들이대는 못난 모습을 보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은연중 수 많은 “빽”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그런 뒷배경이 없음을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느 사회나 좋은 집안, 강력한 권력을 쥔 조직이나 인맥을 은연중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러한 뒷배경이 종종 잘못 쓰여져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드러내곤 합니다.

강원랜드 불법 취업은 물론 부산은행 불법 취업을 비롯한 각종 비리의 현장에는 이러한 뒷배경을 동원한 못난 사람들이 넘쳐나며 이렇게 능력이 안되는 자들은 선발된 조직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도태되는 것은 물론 회사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런데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방법의 하나인 ICO를 하는 밋업 자리에 가보면 이른바 듣보잡 외국인들을 빼곡히 등장시켜 그들의 뒷배경 있음을 은연중 자랑하며 투자를 유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필자는 ‘어드바이저’라는 이름으로 각종 프로젝트의 ICO에 빼곡히 들어찬 외국인들의 면면을 바라보면서, 과연 저 사람들이 해당 사업에 얼마나 기여하고 협력하며, 해당 프로젝트의 개발과 마케팅에 진실로 도움을 줄까? 하는 의구심이 들곤 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들이 과연 해당 프로젝트의 백서나 제대로 읽고 이해하고 공감해서 어드바이저를 맡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요?

그런데 문제는 이들 어드바이저들이 그들의 사진과  이력을 백서 말미에 올리는 대가로 엄청난 보상을 요구한다는 사실입니다.

필자 역시 황당한 경험을 해 봤습니다.

얼마 전 한 젊은이가 찾아와 비트코인 예수라 불리는 ‘로저버’를 어드바이저로 넣어줄 테니 00억 원을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기가 막혀 한마디 했습니다.

“그렇다면 ‘로저버’에게서 000억 원의 투자유치를 책임진다는 문서를 한 장 받아오시면 즉각 00억 원을 지급하겠소”고 했더니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뒤도 안  보고 돌아갔습니다.

저는 솔직히 그 젊은이가 로저버와 진정으로 인맥이 있는지조차 궁금했으며, 사실 상당수 외국인 어드바이저들도 이런 한탕 심리를 노리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있는 현실입니다.

그들은 약간의 블록체인 사업에 참여했다는 이유 하나로, 또 언론에 몇 번 이름이 오르내렸다는 이유로, 거액을 갈취하고자 하는데 이들은 그냥  ‘이름 장사꾼’에 불과하다고 생각됩니다.

스타트업의 시드머니를 노리는 흡혈귀에 불과한 어중이떠중이 어드바이저들을 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누군가가 그 프로젝트에 ‘어드바이저’라고 그 사업이 그 사람과 동일시될 수는 없습니다. 대개 사기성 프로젝트에 또 개발할 자신이 없거나 비즈니스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일수록 뒷배경을 내 세웁니다.

차라리 유명한 어드바이저를 내세우기보다는 자기 프로젝트에 투자한 투자자들을 공개하는 것이 훨씬 믿음이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반면에 사업 초기의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뒷배경이 없거나 인맥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멘토를 찾아 도움을 구하면서 자연스레 어드바이저로 모시게 됩니다.

그렇게 연결된 멘토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사업계획의 수립에서부터 회사 설립, 그리고 설립 후 개발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창업자에 대하여 잘 아는 어드바이저는 이름 그대로 어드바이저라고 봅니다.

이런 어드바이저는 뒷배경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조력자로 적극 협조할 것이며 실제로 회사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까지 ICO의 흥행을 위한 바람잡이 역할을 했던 어드바이저들에게도 시련이 닥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이름과 사진이 올라간 백서를 공개한 기업이 사기를 치고 법의 처벌을 받게 된다면 이름을 올린 어드바이저들이 과연 무사할까요?

아마도 어드바이저도 법의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견될 경우 심하면 공범으로 분류되어 자칫 형사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따라서 사업은 실력으로 하는 것이며 실력은 CEO의 능력과 시장의 호응, 그리고 조직의 노력으로 평가받는 것이며, 화려한 무대, 쇼 같은 연출, 누군지도 모를 ‘어드바이저’로 가득 채운 ICO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실력 있는 회사, 조직과 능력을 제대로 갖춘 회사는 뒷배경을 자랑하지 않아도, 또 요란한 ICO 행사를 하지 않아도 투자자들은 귀신같이 알아서 찾아옵니다.



사업은 배경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력으로 하는 것입니다.



신근영 한경닷컴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