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경영자를 무능하게 만드는 5가지
[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최고 경영자를 무능하게 만드는 5가지
직원들도 내 일을 하고 싶어 한다

CEO들을 만나면 “직원들이 시키는 일만 하려고 한다. 스스로 알아 주도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데 고민이 없다.”란 불평을 듣는다. 사실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여 자신의 일을 할 때 흥이 나며 일의 몰입도 강할 뿐 아니라 성과도 높다. 자신의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목표와 계획을 세워 자신이 이끌고 싶지, 그 누구로부터 지시 받거나 관리 받으며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열정을 갖고 일을 추진하던 직원이 어느 순간, 지시 받은 일만 한다. 답답할 정도로 일의 진행도 늦고 다 알만한 위치에 있는데 하나하나 묻고 주어진 일만 한다. 누구의 잘못인가?

직원들에게 물으면, 처음에는 자신의 역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모르는 것을 물어가며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처리한다고 하지만, 그들도 자신이 하는 일이 재미도 없고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안다. 좀 더 심층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전부 CEO를 탓한다. CEO가 불안하니까 믿지 못해 간섭하고 하나하나 지시하는데 무슨 열정을 갖고 새로운 일을 도전하겠냐고 한다. 자신이 상무인데, CEO가 대리와 사원에게 지시하고 보고받으며, 자신이 내린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아랫사람 있는 데에서 호통을 치는데 무슨 방향을 정하고 의사결정을 하냐고 한다.

CEO가 시키는 일만 하면 잘했다는 칭찬을 받고 몸도 편한데, 굳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며, 직원들을 독려해 일을 키워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한다. 상무로서 이 정도 수준의 일을 해서는 안됨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면 CEO와 부딪쳐야 하는데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한다. 마음은 떠나 있고 몸만 남은 상황이다. 사실, 임직원은 자신의 일을 즐겁게 하며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성취감을 맛보려 한다. 믿어 주면 열과 성을 다해 작품을 만들고 성과를 창출해 내려고 한다. 내 일에 몰입하길 원한다. 격려는 못할 망정 이러한 마음에 족쇄를 채우거나 뒷다리를 잡는 사람이 CEO가 되면 곤란하다.

CEO를 무능하게 만드는 5가지
CEO의 생각과 목표는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매주 성과가 창출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조직과 사람을 잘 운용하여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데 ‘내가 없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중소기업의 경우, 내 것이고 망하면 나의 삶 전체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더 자신이 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10명 미만일 경우에는 슈퍼맨과 같은 정신으로 온갖 자잘한 일에 개입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추진했다. 하지만, 조직과 사람이 늘어나고 결정해야 할 일들의 가짓수가 많아지고 시급한 사안을 처리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자연스럽게 권한위임이 이루어져야 한다. 혼자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시스템에 의한 경영이 도입된다. 이 상황에서도 CEO가 모든 일을 관리하고 추진해 나가면 임직원의 사기는 갈수록 저하되며, 활력을 찾아보기 어렵고, 회사는 점차 망해가는 수순을 밟게 된다.

CEO를 무능하게 만드는 5가지가 있다.
첫째, 모든 회의는 자신이 주관해야 현황도 알고 결론을 내며 업무가 추진된다는 생각.
물론 CEO가 회의를 주관하고 결정을 내려 업무를 부여하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지속되면 참석자들이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회의에 참석을 할 뿐 참여하지 않는다. 아이디어도 없고, 타 부서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 더 무서운 점은 내 일에 타 부서가 언급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게 된다. CEO의 모든 미팅 주관은 개인과 집단이기주의를 가져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둘째, 조직장을 믿고 맡기지 못하고 내가 말(지시)하면 다 실행되겠지 하는 생각.
중소기업 CEO에게 회사는 자신의 전부이기 때문에 하나에서 열까지 다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결재하는 모든 금액, 일의 진행 상황, 임직원의 동향을 다 알아야 하기 때문에 전결이나 위임이 필요함은 알지만 좀처럼 믿고 맡기지 못한다. 본인은 회사와 일의 처리과정 전부를 알고 효율적으로 관리한다고 하지만, 임직원은 자신이 하는 일의 20%밖에 CEO는 모른다고 한다. 직원들은 세부 사항을 CEO가 묻는데 중간 관리자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더 나아가 CEO가 직원들에게 직접 지시하는 상황이 되면, 자신이 한 지시를 잊어버리거나, 이전 지시와 다른 지시를 내리거나, 명확하게 담당을 정해주지 않아 그 누구도 하지 않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한 것은 중간 관리자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리자로서 역할을 망각하고 자신도 한 명의 담당자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CEO가 아래 직원에게 지시 내리는 것을 처음에는 반발하다가 어느 순간 당연하게 수용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한 명의 돈 많이 주는 담당자를 CEO가 만들며 본인은 쌓이는 일에 힘들어 한다. 중간관리자들은 직책에 대한 역할과 중요성을 잃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잃게 된다. 자신의 역할에 맞는 본인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더 열정을 내게 되어있다.

셋째, 중간 관리자와 경영자도 개인 목표를 갖고 제 몫을 해야 한다는 생각.
개인목표를 조직장에게도 부여하는 기업이 많다. 조직장이라면 조직원보다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당연 부가가치가 높고 개인의 목표 달성이 아닌 조직의 목표달성을 해야 하는 사람이 조직장이다. 이러한 조직장에게 개인목표가 부여되면 조직의 목표 달성은 뒷전이고 우선 자신의 목표달성에 힘쓰게 된다. 내 목표도 달성 못하고 직원들에게 목표달성을 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생각에 팀이 아닌 개별행동을 하게 된다. 회사는 함께 일하는 곳이지 개인이 개별적으로 일하는 곳이 아니다. 조직장은 조직의 높은 목표를 설정하여 이를 구성원의 역량에 따라 공정하게 배분하고, 점검과 피드백으로 조직의 팀워크와 실행을 이끌어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이다.

넷째, 육성하면 더 좋은 기업으로 이직한다는 생각.
중소기업의 과장 이하 직원들의 이직율은 생각보다 높다. 이들이 이직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통상 낮은 연봉을 생각하지만, 의외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를 많이 거론한다. 회사에서 배우지 못하고 정체되어 가는 답답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이 회사의 CEO들과 이야기하면 “내 외부 교육을 통해 직무 전문성을 올리고 자격증을 따면 좋은 회사로 이직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한 두번의 경험이 있어 직원 육성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성장할 사람은 자신이 알아서 성장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성과 내는 사람은 자신이 직접 관리하고 돈을 더 주면 된다고 말한다. 회사는 지속 성장을 해야 하며, 성장의 원천은 조직과 직원의 실력이다. 실력이 높고 주변에서 배울 것이 많으면 이직하는데 고민을 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을 육성하는 회사라는 평판이 퍼지면 더 좋은 직원이 입사를 희망하게 된다.

다섯째, 비교 경쟁을 시켜야 자극을 받아 성과를 낸다는 생각.
조직장 간의 경쟁이 성과에 큰 기여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버려두면 안정을 취하고, 가장 자극을 받는 대상이 주변 또래 집단이라 생각하여, 개인 미팅을 통해 타 부서와의 비교를 통해 경쟁을 유발한다. 한두번은 효과를 볼 수 있으나, 타 부서와의 비교는 성과가 아닌 갈등을 초래하고 조직 이기를 발생시키는 요인이 된다. 더 심각한 점은 여러 번 반복되면 CEO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남에게 자신을 욕하거나 비교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편하지만 듣는 척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의 ‘했다주의’는 사실 이 일을 하는 임직원이 아닌 CEO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 5가지 말고 CEO를 무능하게 만들고 회사를 망하게 하는 원인이 더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CEO는 회사의 방향과 목표를 정하고 내외부에 회사를 대표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항상 자신을 성찰하며 개인이 아닌 회사를 먼저 생각하고 길고 멀리 보며 전사적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CEO이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