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론에 조직력 앞세워 성난 민심 유인
安 상대 유연한 '협상 기술'도 한몫
제1야당·중도·개인기…'역전 드라마' 오세훈의 승인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꺾고 야권 단일후보에 오른 정치적 배경과 원동력에 관심이 쏠린다.

제1야당 후보로서의 프리미엄, 정권심판론으로 기우는 서울 중도층의 전략적 판단, 오 후보 개인의 잠재력이 두루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 공동운영' 제안, 여론조사 방식의 '통 큰 양보'까지 오 후보 특유의 승부사 기질도 주효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 제1야당 화력으로 安 역전 성공
지난 2월 초 야권이 토너먼트 경선을 시작했을 때 오 후보의 본선 진출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당내 경선에서 중도 확장성을 내세워 나경원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는 이변을 일으키자 그를 향한 당 안팎의 시선이 달라졌다.

특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단일화는 큰 당으로 될 수밖에 없다"면서 안 후보에 '기호 2번' 출마를 압박하고 오 후보를 측면 지원했다.

단일화 협상에 나선 국민의힘 실무협상팀은 비교적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시간은 제1야당 후보 편'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엿보였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오 후보는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렸으나 안 후보는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애초 적합도 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경쟁력 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최근 일부 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경쟁력 조사에서도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 정권심판론에 기대 중도·보수층 확보
오 후보의 상승세를 떠받쳐온 두 개의 기둥은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과 중도 성향에 가까운 부동층으로 보인다.

한때 안 후보에게 기대를 걸었던 이들의 표심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커진 정권심판론과 맞물리면서 조직력이 탄탄한 오 후보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 후보는 4·7 재보선 승리를 내년 정권 교체로 가는 교두보로 규정하고, 야권 통합에 의한 대선 승리의 밑그림을 제시해 여권에 분노한 민심을 끌어당겼다.

이런 흐름이 조성되기까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이탈했던 중도·보수층이 김종인 위원장의 '탈보수' 노선에 호응해 회귀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오 후보를 '까다로운 상대'로 보고 네거티브를 쏟아내 오히려 정권심판의 대표 주자로 부각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개인기로 난관 돌파…본선 경쟁력 부각
단일화 과정에서 오 후보의 개인기도 돋보였다.

오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의 압박 전략에 보폭을 맞추면서도 안 후보에게 연정을 제안하고 협상 타결의 마지노선을 약속하는 등 유연하게 움직였다.

막판 협상에서 안 후보와 '양보 배틀'을 벌이면서 당 지도부가 요구한 10% 유선 조사를 포기해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하는 여유도 보였다.

다른 편에선 안 후보를 "야권 분열을 잉태할 후보"라고 규정하며, 자신의 안정적인 이미지를 내세웠다.

오 후보는 또 안 후보를 상대로 한 '비전 발표회'와 TV 토론에서 비교 우위를 드러내며 본선에서의 잠재력을 과시했다.

이밖에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던 10년 전 과오에 대한 비판론을 시정 경륜과 관록에 대한 기대로 바꾸려는 시도가 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1야당·중도·개인기…'역전 드라마' 오세훈의 승인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