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인도네시아에 대해 알아가던 20여년 전만 해도 인도네시아가 다른 건 몰라도 먹고 사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겨울이 없으니 벼농사도 3모작은 할 거고, 나무에 열리는 과일만 따 먹어도 굶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것이 나 혼자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식량자급을 이루는 일이 큰 숙제였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나중에 보니 인도네시아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말이었다. 기후만 놓고 보면 3모작이 가능하지만 현실은 농업용수와 비료가 부족하여 대부분의 농지에서 2모작도 쉽지 않다. 농기계도 많이 부족하다. 마트에 가면 채소와 과일은 뜻밖에도 수입산이 많고 값도 비싸다. 재래시장을 가도 가격이 생각만큼 많이 싸지지 않는다. 채소와 과일, 해산물이 산지에서는 공급이 풍부하다 해도 유통망이 잘 갖추어지지 않아 최종 소비지에서는 공급이 부족하고 값이 비쌀 때가 많다.
2억 6천만이 넘는 인구를 부양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먹고 사는 문제가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임을 나타내는 몇 가지 자료가 최근 나왔다. 아시아 개발은행(ADB) 발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3년간 인도네시아에서 약 2천 2백만명이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겪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자체적으로 내놓는 결과도 비슷하다. 통계청(BPS) 조사에 따르면 총 인구 중 약 7.95%가 식량부족을 겪고 있으며, 농업부에서는 현 시점에서 88개의 시와 군 단위에서 식량부족 우려가 있다고 발표하였다.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에서 발표하는 2018년 국제 식량안보지수(GFSI)에서 인도네시아는 113개 국 중 65위를 기록하여 인도(76위), 필리핀(70위), 스리랑카(67위) 등에 비해서는 양호하지만 말레이시아(40위), 태국(54위), 베트남(62위) 등 역내 이웃국가들에 비해선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우리나라는 25위 이다.)
성과가 없지는 않다. 부분적으로 식량부족 현상이 발생하고는 있으나 주식인 쌀을 기준으로는 어느 정도 자급을 이루어 냈다. 2018년 인도네시아의 쌀 생산량은 3천 2백만톤, 소비량은 2천 9백만 톤을 기록하여 약 2백 85만톤의 잉여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 1기 정부(2014-2019) 출범시 목표 중 하나가 식량자급을 이루는 것이었음을 생각하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식량자급을 이루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도 있었다. 풍작이 들었을 때 쌀을 수매하여 저장해 두었다가 작황이 좋지 않을 때 이를 풀어 쌀 가격도 안정화 시키면서 쌀 수입량도 최소화하는 전략도 효과를 내고 있다.
자카르타 근무시 담당하던 기업 중 하나는 에너지를 주력 업종으로 하는 곳이었는데 대출 상담 중 인도네시아 영토인 서파푸아 지역에 대규모 벼농사 사업을 진행한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들어보니 식량자급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정부의 비공식적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에너지 기업들의 경영이 정부 정책이나 허가에 많이 좌우되는 것을 감안할 때 이 기업이 정부의 요청을 듣고 주력업종과 거리가 먼 농업에 뛰어든 결정이 이해가 갔다. 그냥 벼농사가 아니라 5,000 헥타아르의 면적을 100여명이 현대식으로 관리하는 대규모 영농이다.
물, 비료, 농기계 부족 등으로 생산성이 좋지 않은데도 쌀 자급이 될 정도이니 여기서 생산성을 높이면 상황은 더 좋아질 수 있다. 우기에는 비가 많이 오고 홍수가 나지만 관리가 안 되어 다 흘러가 버리고 건기에는 오히려 물이 부족한 고질적 물부족 현상 타개를 위해 저수지와 보, 다목적댐 건설 등 관개시설 확충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일부 거들고 있다.
비료는 농가 앞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적절한 비료 사용을 통해 올릴 수 있는 생산성 잠재력도 크다. 한국에서 제철소 고로에서 나오는 규산질 슬래그를 가지고 비료를 제조한 경험을 인도네시아에서도 구현해 보려는 기업에서 들은 얘기이다. 이 회사가 규산질 비료를 시험생산 하여 보고르 농업대학과 실험을 해 본 결과 토질과 재배종에 따라 증산효과가 40%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비료 보급뿐 아니라 파푸아나 칼리만탄, 수마트라 등 땅은 넓지만 사람은 적은 곳에서 현대적인 기계화 영농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잠재력도 크다.
식사에서 밥이 중요한 인도네시아에서 쌀 자급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이제 소득 증가에 따라 단백질 섭취도 늘어나기 시작하며 단백질 자급도 이슈가 되기 시작하였다. 2018년에는 당시 농업부 장관이 호기롭게 인도네시아가 단백질 자급을 이미 이루었다고 선언한 일도 있다.
종교적 이유로 돼지고기 섭취가 많지 않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손쉽게 접근 가능한 단백질원은 닭고기와 달걀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연간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약 13kg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문화가 가장 유사한 말레이시아의 닭고기 소비량이 1인당 연간 40kg에 달하는 것을 볼 때 인도네시아의 닭고기 소비량은 잠재소비량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달걀 소비량도 인도네시아가 1인당 연간 125알에 그치는데 반해 말레이시아는 340알에 이른다.
현재 소비량이 잠재소비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소득증가와 더불어 앞으로 소비량이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 인도네시아에서는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자바섬과 수마트라섬 일부 도시 인근을 중심으로 양계장과 종계장, 부화장 등의 건설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양계 및 사료제조 등을 영위하는 기업들도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지 오래이다.
2억 6천만이 넘는 사람들을 굶주림 없이 먹여 살리겠다는 꿈은 이제 거의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생활 수준이 올라가면서 이 많은 사람들이 더 영양가가 높으면서 질 좋은 음식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먹고 사는 문제는 이제 새로운 단계로 접어 들고 있다. 여기서 찾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들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4월에 예정대로 상호 관세를 시행할 경우 미국에 스태그플레이션을 부를 처방전이 될 수 있다고 미국의 경제학자가 경고했다.메릴랜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이자 칼럼니스트인 피터 모리치는 18일(현지시간) 마켓워치 칼럼을 통해 "상호관세 조치가 결국 트럼프의 지지율을 떨어 뜨리고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모리치는 트럼프의 상호 관세가 1934년 상호 무역 협정법 이후로 시행된 미국의 무역 정책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과 협상한 최혜국(MFN) 관세율 이상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세계무역기구의 기본 규칙을 미국이 가장 명백하게 위반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상호 관세는 미국 유권자들에게 그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스태그플레이션의 처방전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4월에 상호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세 가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관세를 인상해도 미국의 무역 적자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미국의 저축 부족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은 재무부 국채와 기타 증권을 해외에 매각하는데 이것이 무역 적자로 반영된다. 미국 가계와 기업 저축의 합계가 미국 정부 차입과 기업 투자를 충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 세계의 기축화폐인 미국 달러는 강력한 수요를 누리고 있다. 세계은행의 구매력 평가 환율과 비교했을 때 달러는 대체로 과대평가되어 있다. 예를 들어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의 상품 가격을 동일화할 경우 구매력 평가 환율은 현재 시장 환율인 미국 달러당 7.25위안이 아니라 약 3.81위안이 된다. 이는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는 4월 2일에 무역 상대국별로 관세율과 비관세 무역장벽 및 기타 요소를 기반으로 산출한 관세율을 제시할 것이라고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장관이 18일(현지시간) 밝혔다.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리 예고한 대로 4월 2일에 국별 관세율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에 따라 낮을 수도 꽤 높을 수도 있으나 '관세 장벽'을 피하기 위한 협상 기회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의 행정부가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무역 관행을 상쇄하기 위한 상호관세를 4월 2일에 발효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베센트는 무역 파트너에 대해 "비관세 장벽, 환율 조작, 불공정한 자금 조달, 노동 억압 등을 제시하고 상대국이 이를 개선할 경우 관세 장벽을 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AI분야의 우드스톡 페스티벌로 불려온 엔비디아의 GTC가 열리는 18일(현지시간) 미국증시에서는 GTC에 대한 기대도 시들해지고 엔비디아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미국 동부표준시로 이 날 오후 1시 컨퍼런스에서 연설할 계획이다. 이 날 젠슨 황은 루빈으로 명명된 최신 인공지능 칩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세부 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이 날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2% 넘는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챗GPT, 클로드 같은 첨단 AI 시스템의 발전을 주도하면서 지난 3년간 주가가 4배 이상 상승했다. 이 같은 성공의 대부분은 데이터센터 칩이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 1,305억 달러(190조원) 중 거의 90%가 수만 달러에 판매되는 데이터 센터 칩이다.젠슨 황은 작년에 올해말에 생산될 새로운 플래그십 제품이 루빈이라는 이름을 가질 것이며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차(CPU), 네트워킹칩을 포함한 칩 제품군으로 구성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칩은 모두 AI 시스템을 훈련시키는 거대한 데이터 센터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분석가들은 이 칩이 올해말부터 생산에 들어가 내년부터 대량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매년 플래그십 칩을 출시하는 패턴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그러나 현재 주력칩인 블랙웰은 설계 결함으로 생산 문제가 발생한 후 예상보다 느리게 출시됐다. 여기에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가 이전 세대 모델보다 더 적은 컴퓨팅 파워와 엔비디아 칩으로 경쟁력 있는 AI 챗봇을 생산했다고 발표하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폭락했다. 그러나 젠슨 황은 답변을 생각하는데 더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