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마케팅) 중국인과 상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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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小人, 後君子”
먼저 소인이 되고, 나중에 군자가 되어라.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생활의 지혜로 유명하다. 조삼모사(朝三暮四)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춘추전국시대 송(宋)나라의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원숭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는데 먹이가 부족하게 되자 원숭이들에게 “앞으로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하겠다”고 말하자 원숭이들은 화를 내며 아침에 3개를 먹고는 배가 고파 못 견딘다고 하였다. 그러자 저공이 “그렇다면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자 좋아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이는 《열자(列子)》 〈황제편(黄帝篇)〉에 나오는 이야기로, 원숭이들이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받거나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받거나 모두 도토리 7개를 받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데도 4개를 먼저 받는다는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어 상대에게 설복당한다는 이야기다. 저공은 같은 도토리를 주고도 결과적으로는 원숭이들의 불만을 무마할 수 있었다. 여기서 유래하여 조삼모사는 같은 결론임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이익만 따지는 어리석음을 비유하거나, 남을 농락하여 자기의 사기나 협잡술 속에 끌어들이는 행위를 비유하고 있다.
지금도 이런 일들은 자주 일어난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 날 착륙 준비를 하던 비행기에서 승무원 한 사람이 “지금 공항이 매우 혼잡하여 활주로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착륙시간은 약 1시간 미뤄지겠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을 했다. 그러자 승객들은 여기저기서 불평을 터뜨리면서도 사정이 그러니 1시간은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들을 한다. 그때 다시 연착시간은 약 30분 단축될 것이란 안내방송이 나오면, 승객들은 30분을 벌었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놓는다. 다시 또 5분 후 안내방송이 들리고 앞으로 3분만 기다리면 비행기가 착륙할 것이라고 안내한다. 그러면 승객들은 뜻밖의 반가움을 느끼며 고맙다는 생각까지 한다.
중국인과 협상할 때 종종 느끼는 것이 있다. 중국인은 ‘먼저 괴로움을 준 다음에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른바 ‘선고후락(先苦後樂)의’ 전략을 적절히 활용하는데 한국 기업인들은 여기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연전에 모 은행 부행장이 한 말이 있다. “3년 전 부실자산(NPL) 인수 관련 협상 때였습니다. 상대 파트너는 우리 측과 ‘관시(關係)’가 두터운 사람이었지요. 그러나 협상장에 들어선 순간 그는 돌변했습니다. 치밀한 자료를 제시하며 우리의 허점을 맹렬히 공격했습니다. 라오펑여우(老朋友: 오랜 친구)가 적으로 변한 것이지요. 우호적인 협상을 기대했던 저희들이 그만 당하고 말았지요.” 1994년 홍콩 법인장으로 활동한 이후 지난해까지 현대증권의 중국 사업을 주도했던 부행장은 “그 이후 중국인들과 협상에 나설 때면 나 역시 철면피로 변한다”고 덧붙였다.
필자가 중국에서 근무할 때다. 후베이(湖北)성에 진출한 한국 업체로부터 전화가 왔다. 큰일났다는 거다. 이유인즉슨 1년 동안 고용하던 운전기사가 잘 하는 듯싶어, 1년이 지난 후 기한이 따로 없이 계속 고용키로 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이런 특혜성의 계약을 맺자마자 기사란 놈이 농땡이도 치고, 운전도 위험하게 하기 시작했다. 사장이 주의를 줬더니만, 운전을 개판으로 하고, 사무실에선 골치만 썩이고 있다. 해고하려고 했더니 길길이 날뛴다는 거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왔다.
전화를 하신 분은 중국인 기사에게 따뜻한 감정도 느꼈고, 직원처럼 가족처럼 지내야 한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운전사에게 큰 특혜가 돌아가는 계약에 사인을 해 준 것인데, 이 한국인 사장은 직원을 가족처럼 여긴 탓에 새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여러 조건 등을 제대로 따지거나 적지 못했다. 아마 스스로가 중국인 직원들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고, 인심을 쓰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런 태도가 문제였다.
중국인 기사가 그렇게 날뛴다면 대답은 뻔하다. “한번 붙어 보세요. 기껏해야 불법해고로 경제보상금 3개월치만 주면 되는 것을 왜 겁내십니까?”다. 또 “노동중재위원회도 아마 그런 상황을 감안할 것입니다. 다만, 기사가 잘못 했다는 증거나 시말서를 받아 놓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증거나 시말서가 있으면 더욱 유리합니다”도 정답이다.
이와 유사한 상황은 자주 발생한다. 중국에서 회사를 경영할 때, 한국인은 오랫동안 지내온 직원에게 정(情)을 느끼게 마련이다. 체면도 있고 해서 중국인 직원의 요구를 현 상황에 별 무리가 없다면, 대부분 들어주는 경향(중국 상황을 잘 모르거나 겁내는 것일 수도 있다)이 있다. 그러나 절대 그러면 안 된다. 중국 사람들과 상담할 때 종종 느끼는 것이 있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 후, 상대방을 띄어 준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상대방을 군자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로부터 얻을 수 있는 떡고물이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의 머리 속에는 이런 생각이 잠재의식처럼 박혀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아주 자연스럽다.
2002년, 베이징에 출장을 갔다. 현지 정부의 모 간부(정확하진 않지만 중국의 약품 또는 보건품 수출 공사의 총경리를 역임하고 관련 협회 회장까지 했던 인물이다)와 한 호텔 내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그가 “당신네 회사가 한국에서 매우 유명하며, 조직도 방대하고 실력도 좋다는 소릴 들었다”면서 우리를 붕붕 띄우더니 자기들 조직은 생긴 지 얼마 안 됐고, 앞으로 이런저런 일을 하고 싶으니, 많이 좀 도와 달라고 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수교(1992년) 초반(지금도 그렇지만) 중국에 진출할 때 얼마나 많은 환대를 받았는가. 공안(경찰)의 호위를 받으면서 시내로 들어갈 때 느끼는 그 기분……. 이어지는 현지 정부의 각별한 환대, 그리고 “우리 서로 친구하자”는 말에 덜컥 투자까지 감행한다. 그러나 그렇게 중국에 투자 진출한 기업들의 지금 모습이 어떤지 보자. 성공한 기업도 있지만, 상당수는 어려움을 겪다가, 폐업을 하거나, 야반도주하는 등의 사례가 생겼다.
상담에서 중국인이 만들어 낸 이 ‘선고후락’의 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가령 수입상이 상대방에게 가격을 깎아 달라고 하고 싶어도 수입 물량에서 그에 상응하는 양보를 하지 않으면 상대방도 가격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입량을 늘린다는 생각이 없는 경우라면 ‘선고후락’ 전략을 사용할 수 있겠다. 품질, 수송 조건, 납기, 지불 방식 등에서 상대방에게 상당히 엄격한 계약 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상담의 기준점으로 삼는다. 다음에 이와 같은 조건들을 수입상 입장인 자신이 손해를 무릅쓰고 양보했다는 식의 인상을 심어준다. 상대방이 적당히 만족해할 때에 수입상이 가격 인하문제를 꺼낸다면 중국인 상대는 거의 군말 없이 조건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성공의 원인은 간단하다. 수출상 입장에서 보면, 물건 사는 사람(수입상)이 가격을 깎기도 전에 몇 가지 조건에서 먼저 양보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수입상의 이와 같은 양보는 알고 보면 처음부터 상대방에게 주기로 예정했던 것이며, 선고후락 전략 중의 ‘미끼’를 던졌던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어떤 상담전략도 그 효과는 무한정이지 않다. 선고후락 전술도 마찬가지다. 처음 제시하는 요구가 터무니없다면 아예 상담을 시작하지도 못 할 것이다. 괴롭힘, 즉 ‘고(苦)’을 상대에게 던진다고 해도 적당한 선에서 멈춰야 한다. 그 정도를 일반적인 상식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자(孔子)가 말한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고후락 전략에서 협상 멤버가 각자 역할을 분담해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협상그룹 멤버가 두 사람이라고 하면 한 사람은 악역을, 다른 한 사람은 선한 역할을 맡아서 하면 된다. 악역을 맡은 사람은 엄격한 요구와 조건을 제시하며, 전혀 타협을 모르는 듯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된다. 이때 비둘기파인 사람이 슬슬 등장해서 부드러운 얼굴로 양쪽의 격앙된 심정을 달래준다. 인정과 사리에 밝고 남의 사정을 잘 알아주는 후덕한 사람으로 상대방이 느끼도록 한다. 이 비둘기는 난색을 드러내면서도 사나운 매의 입장보다 한 발 물러서서 가혹한 조건과 요구들을 포기해 나간다. 실은 그 양보의 마지노선이 애초부터 작정해 두었던 목표였다는 점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인간관계를 맺을 때 자신을 ‘소인’으로 만들지 말라. 일을 할 때, 닳고 닳은 상대를 두고 협상을 벌일 때 그렇게 하라는 얘기다. 그런 때의 ‘소인’은 매우 쓸모 있는 소인이고 협상가이자, 장사꾼이며, 기업인이다.
글, 사진 : 양장석 코트라무역관장
(이 글은 무역&오퍼상 무작정따라하기 2013개정판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먼저 소인이 되고, 나중에 군자가 되어라.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생활의 지혜로 유명하다. 조삼모사(朝三暮四)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춘추전국시대 송(宋)나라의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원숭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는데 먹이가 부족하게 되자 원숭이들에게 “앞으로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하겠다”고 말하자 원숭이들은 화를 내며 아침에 3개를 먹고는 배가 고파 못 견딘다고 하였다. 그러자 저공이 “그렇다면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자 좋아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이는 《열자(列子)》 〈황제편(黄帝篇)〉에 나오는 이야기로, 원숭이들이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받거나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받거나 모두 도토리 7개를 받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데도 4개를 먼저 받는다는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어 상대에게 설복당한다는 이야기다. 저공은 같은 도토리를 주고도 결과적으로는 원숭이들의 불만을 무마할 수 있었다. 여기서 유래하여 조삼모사는 같은 결론임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이익만 따지는 어리석음을 비유하거나, 남을 농락하여 자기의 사기나 협잡술 속에 끌어들이는 행위를 비유하고 있다.
지금도 이런 일들은 자주 일어난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 날 착륙 준비를 하던 비행기에서 승무원 한 사람이 “지금 공항이 매우 혼잡하여 활주로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착륙시간은 약 1시간 미뤄지겠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을 했다. 그러자 승객들은 여기저기서 불평을 터뜨리면서도 사정이 그러니 1시간은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들을 한다. 그때 다시 연착시간은 약 30분 단축될 것이란 안내방송이 나오면, 승객들은 30분을 벌었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놓는다. 다시 또 5분 후 안내방송이 들리고 앞으로 3분만 기다리면 비행기가 착륙할 것이라고 안내한다. 그러면 승객들은 뜻밖의 반가움을 느끼며 고맙다는 생각까지 한다.
중국인과 협상할 때 종종 느끼는 것이 있다. 중국인은 ‘먼저 괴로움을 준 다음에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른바 ‘선고후락(先苦後樂)의’ 전략을 적절히 활용하는데 한국 기업인들은 여기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연전에 모 은행 부행장이 한 말이 있다. “3년 전 부실자산(NPL) 인수 관련 협상 때였습니다. 상대 파트너는 우리 측과 ‘관시(關係)’가 두터운 사람이었지요. 그러나 협상장에 들어선 순간 그는 돌변했습니다. 치밀한 자료를 제시하며 우리의 허점을 맹렬히 공격했습니다. 라오펑여우(老朋友: 오랜 친구)가 적으로 변한 것이지요. 우호적인 협상을 기대했던 저희들이 그만 당하고 말았지요.” 1994년 홍콩 법인장으로 활동한 이후 지난해까지 현대증권의 중국 사업을 주도했던 부행장은 “그 이후 중국인들과 협상에 나설 때면 나 역시 철면피로 변한다”고 덧붙였다.
필자가 중국에서 근무할 때다. 후베이(湖北)성에 진출한 한국 업체로부터 전화가 왔다. 큰일났다는 거다. 이유인즉슨 1년 동안 고용하던 운전기사가 잘 하는 듯싶어, 1년이 지난 후 기한이 따로 없이 계속 고용키로 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이런 특혜성의 계약을 맺자마자 기사란 놈이 농땡이도 치고, 운전도 위험하게 하기 시작했다. 사장이 주의를 줬더니만, 운전을 개판으로 하고, 사무실에선 골치만 썩이고 있다. 해고하려고 했더니 길길이 날뛴다는 거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왔다.
전화를 하신 분은 중국인 기사에게 따뜻한 감정도 느꼈고, 직원처럼 가족처럼 지내야 한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운전사에게 큰 특혜가 돌아가는 계약에 사인을 해 준 것인데, 이 한국인 사장은 직원을 가족처럼 여긴 탓에 새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여러 조건 등을 제대로 따지거나 적지 못했다. 아마 스스로가 중국인 직원들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고, 인심을 쓰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런 태도가 문제였다.
중국인 기사가 그렇게 날뛴다면 대답은 뻔하다. “한번 붙어 보세요. 기껏해야 불법해고로 경제보상금 3개월치만 주면 되는 것을 왜 겁내십니까?”다. 또 “노동중재위원회도 아마 그런 상황을 감안할 것입니다. 다만, 기사가 잘못 했다는 증거나 시말서를 받아 놓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증거나 시말서가 있으면 더욱 유리합니다”도 정답이다.
이와 유사한 상황은 자주 발생한다. 중국에서 회사를 경영할 때, 한국인은 오랫동안 지내온 직원에게 정(情)을 느끼게 마련이다. 체면도 있고 해서 중국인 직원의 요구를 현 상황에 별 무리가 없다면, 대부분 들어주는 경향(중국 상황을 잘 모르거나 겁내는 것일 수도 있다)이 있다. 그러나 절대 그러면 안 된다. 중국 사람들과 상담할 때 종종 느끼는 것이 있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 후, 상대방을 띄어 준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상대방을 군자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로부터 얻을 수 있는 떡고물이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의 머리 속에는 이런 생각이 잠재의식처럼 박혀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아주 자연스럽다.
2002년, 베이징에 출장을 갔다. 현지 정부의 모 간부(정확하진 않지만 중국의 약품 또는 보건품 수출 공사의 총경리를 역임하고 관련 협회 회장까지 했던 인물이다)와 한 호텔 내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그가 “당신네 회사가 한국에서 매우 유명하며, 조직도 방대하고 실력도 좋다는 소릴 들었다”면서 우리를 붕붕 띄우더니 자기들 조직은 생긴 지 얼마 안 됐고, 앞으로 이런저런 일을 하고 싶으니, 많이 좀 도와 달라고 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수교(1992년) 초반(지금도 그렇지만) 중국에 진출할 때 얼마나 많은 환대를 받았는가. 공안(경찰)의 호위를 받으면서 시내로 들어갈 때 느끼는 그 기분……. 이어지는 현지 정부의 각별한 환대, 그리고 “우리 서로 친구하자”는 말에 덜컥 투자까지 감행한다. 그러나 그렇게 중국에 투자 진출한 기업들의 지금 모습이 어떤지 보자. 성공한 기업도 있지만, 상당수는 어려움을 겪다가, 폐업을 하거나, 야반도주하는 등의 사례가 생겼다.
상담에서 중국인이 만들어 낸 이 ‘선고후락’의 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가령 수입상이 상대방에게 가격을 깎아 달라고 하고 싶어도 수입 물량에서 그에 상응하는 양보를 하지 않으면 상대방도 가격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입량을 늘린다는 생각이 없는 경우라면 ‘선고후락’ 전략을 사용할 수 있겠다. 품질, 수송 조건, 납기, 지불 방식 등에서 상대방에게 상당히 엄격한 계약 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상담의 기준점으로 삼는다. 다음에 이와 같은 조건들을 수입상 입장인 자신이 손해를 무릅쓰고 양보했다는 식의 인상을 심어준다. 상대방이 적당히 만족해할 때에 수입상이 가격 인하문제를 꺼낸다면 중국인 상대는 거의 군말 없이 조건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성공의 원인은 간단하다. 수출상 입장에서 보면, 물건 사는 사람(수입상)이 가격을 깎기도 전에 몇 가지 조건에서 먼저 양보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수입상의 이와 같은 양보는 알고 보면 처음부터 상대방에게 주기로 예정했던 것이며, 선고후락 전략 중의 ‘미끼’를 던졌던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어떤 상담전략도 그 효과는 무한정이지 않다. 선고후락 전술도 마찬가지다. 처음 제시하는 요구가 터무니없다면 아예 상담을 시작하지도 못 할 것이다. 괴롭힘, 즉 ‘고(苦)’을 상대에게 던진다고 해도 적당한 선에서 멈춰야 한다. 그 정도를 일반적인 상식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자(孔子)가 말한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고후락 전략에서 협상 멤버가 각자 역할을 분담해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협상그룹 멤버가 두 사람이라고 하면 한 사람은 악역을, 다른 한 사람은 선한 역할을 맡아서 하면 된다. 악역을 맡은 사람은 엄격한 요구와 조건을 제시하며, 전혀 타협을 모르는 듯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된다. 이때 비둘기파인 사람이 슬슬 등장해서 부드러운 얼굴로 양쪽의 격앙된 심정을 달래준다. 인정과 사리에 밝고 남의 사정을 잘 알아주는 후덕한 사람으로 상대방이 느끼도록 한다. 이 비둘기는 난색을 드러내면서도 사나운 매의 입장보다 한 발 물러서서 가혹한 조건과 요구들을 포기해 나간다. 실은 그 양보의 마지노선이 애초부터 작정해 두었던 목표였다는 점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인간관계를 맺을 때 자신을 ‘소인’으로 만들지 말라. 일을 할 때, 닳고 닳은 상대를 두고 협상을 벌일 때 그렇게 하라는 얘기다. 그런 때의 ‘소인’은 매우 쓸모 있는 소인이고 협상가이자, 장사꾼이며, 기업인이다.
글, 사진 : 양장석 코트라무역관장
(이 글은 무역&오퍼상 무작정따라하기 2013개정판에 게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