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서 ‘시장가격’이 있다. 그리고 가격을 정하는 몇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1) 원가중심 가격결정 :

– 기본적인 제조원가에 마케팅비용, 유통비용등에 기업의 적정 이인과 경쟁자의

가격을 감안해 책정한 가격.

– 판매자 입장에서의 가격결정 방법.



2) 고객가치 :

– 소비자가 이 제품이면, 이 정도의 비용을 지불할 수있다고 생각하는

‘가격감각’으로 대체로 가격의 상한선

– 소비자 입장에서 본 가격결정 방법



하지만 실제로 가격을 정하는 것은 사장이다. 소기업 제품의 가격은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친 것이 아니라 위의 두 가지를 감안해서 대충 사장이 정할 수밖에 없다. 하기사 대기업 경제연구소나 KDI같은 국책연구소에 수많은 천재들과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하여 매년 말에 내놓는 경제전망도 제대로 맞은 적이 없는 데, 구멍가게에서 하는 시장예측이나 가격을 정하는 과정이야 오죽하겠나. 대충 몇 사람에게 물어보고 그야말로 감으로 가격을 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의 대부분은 그저 경쟁적 가격만을 생각한다. 2009년도 신발을 론칭하면서 시발가격을 7-8만원에 내놓았다. 처음 신발을 보는 사람들은 그 가격이면 비싸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소비자들이 자기가 사고자하는 제품이 ‘정말 싸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때가 있을까? 어떤 가격을 내놓아도 소비자는 비싸다고 생가하기 마련이다. 나도 처음에는 ‘어유, 비싼데~’하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하면 더 싸게할 수있을까?’하는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양말을 돌아보면서 ‘가격저항’에 따르지 않기로 했다. 유럽에서 필맥스 발가락양말을 켤레당 1만원(6-7유로)정도에 팔린다. 비단양말은 eur25(4-5만원)에 팔린다. 그런데 왜 난 나의 안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에서 ‘과연 내 제품이 이익도 남기지 못하고 그저 수입해서 만족해야 할 정도의 최저 가격을 만들어서 싸게만 팔어야 하는 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지금의 마진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만족할 만한 가격으로는 팔 수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내 제품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타켓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양말 한 켤레 4-5만원을 인정해주는 시장이 있듯이, 내 신발의 가격을 7-8만원이상으로 인정해주는 시장을 찾아내야 한다. 난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지 못하면서 가격을 대기업에서 생산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강요받는 게 싫다. 우선 이익이 나지 않고, 나의 개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게 싫은 거다. 구멍가게의 제품은 비싸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대량생산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이 아니라면 당연히 비싸야 한다. 그런 제품과 가격을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없지만, 값이 같아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비싸도 한참 비싸야 한다. 그리고 비싸게 받을 수있을 만큼 개성이 있어야 한다. 그게 구멍가게의 제품이다.



어차피 내가 파는 것은 특이하다. 발가락양말을 특이하게 만들어 네델란드와 카나다에서 상을 받았었고, 신발은 뉴욕타임즈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기사가 날 정도로 특이하다. 그런데 가격을 펑범하게 받을 수없다. 내 생각만하면 안된다고?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 게 문제라고! 이 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있다.

– 소비자들은 아직 내 제품을 필요로 하고 있지 않다.

– 왜?

– 모르니까. 문제는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내 제품의 가치를 알리는 가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 제품의 포지셔닝은 언제나 명확했다. 고객이 제품을 선정할 권한이 있듯이, 판매자도 소비자를 선택할 수있다. 그 과정이 포지셔닝(posioning)이고, 시장세분화(market segmentation)이다. 제품을 시장에 내세울 때는 내 제품의 가치를 인정해줄 만한 계층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타켓에 맞는 마케팅활동을 해야한다. 특히 구멍가게가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키려고 하면 마케팅비용에서 나가 자빠진다. 자기 수준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그렇다면 구멍가게의 수준이 항상 그 정도밖에 안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장이란 스스로 커가기도 한다. 일단 한 포지셔닝에서 성공하면 제품의 용도은 넓혀갈 수있다.



문제는 어떻게 하는 가이다.

답은 간단하다. “잘”.

더 이상 간단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일단 포지셔닝이 확정되면 얼만큼 소비자들을 설득(소비자들에게 내 제품이 확실하다고 우기기)할 수 있는 지가 문제이다. ‘우긴다’는 말이 보통은 ‘막무가내, 무논리’를 내포한다. 맞다. 내 제품을 ‘우겨야 한다’. 적어도 사람들이 내 제품에 대하여 궁금해 하기 전까지는 정말로 우겨야 한다. 세상에는 무수한 제품들이 있다. 게다가 나의 제품이 전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갑자기 솟아난 제품이 아니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시장에는 이미 수많은 종류의 양말이 있고, 그 1/100도 안되는 틈새시장인 발가락양말시장에도 경쟁자가 있다. 신발도 마찬가지다. 나이키.아디다스,퓨마등 쟁쟁한 신발들이 거대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나마 기능성 시장에서도 MBT, MS zone, 린과 같이 이미 나름대로 이미지를 구축한 브랜드가 있다.



소비자들은 잘 모른다. 그저 아는 것만 알려고 한다. 그게 사람의 속성이다. 그런데 그들의 귀에 대고 ‘필맥스 제품이 좋대요~~’하고 아무리 소리쳐봐야 콧방귀도 안 뀐다. 그저 장사꾼의 헛소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남들이 듣든, 안 듣든 간에 난 계속해서 소리쳐야 한다. 그래서 ‘우긴다’는 말을 쓰는 거다. 사람들을 상대로 홍보를 하다보면 기껏 성의를 내서 대답하는 소리들도 맥빠지게 한다.

‘나 얼마전에 12만원 주고 나이키신발샀어’, ‘됬어요’……

차라리 ‘에이 그 신발 신으면 아프겠네?’라는 반응이라도 보이면 그저 감사하다. 왜? 최소한 설명할 기회라도 생기니까.



그런데 그들이 정작 내 제품을 보았을 때, ‘에이, 아니네~’, ‘7-8만원의 가치는 아니야~’하면 그들을 나의 시장에 들어오게 했던 모든 고생이 도루묵이 된다. 이 때는 ‘우기기’가 아니라, ‘느끼게 한 다음 설득하기’를 해야 한다. 우선 한 눈에 들어올 정도의 이미지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매장으로 들어설 때에 비로소 설득을 시작할 수있다.



이 설득이야말로 ‘내 제품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서 구매를 할 마음이 일으켜야 할 순간(MOT – moment of truth)이다. 나의 제품은 분명히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은 아니다. 타켓시장이 분명히 있고, 포지셔닝이 분명하다.



이제 포지셔닝을 시작하고 있는 나의 맨발신발이 가격을 7-8만원대로 잡았다. 일단 정해진 가격을 변경하기란 쉽지 않다. 한손에 잡히는 무게, 매우 얇은 밑창이 이 신발의 특징이기도 하면서, 너무 단순하게 생겨서 소비자들은 더 낮은 가격을 예상하게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신발에 쿠션과 충격흡수 기능을 과학적으로 소화했다고 하면서 될수록 많은 기능을 신발에 넣어야 비싸게 받을 수있다는 기존의 소비자의 고정관념적 가치와, 자연적으로 걷는 느낌을 주기위하여 될수록이면 인공적인 요소들을 최대한 제거한 나의 신발이 갖는 본질적 가치의 차이가 엄연하게 존재한다. 그 차이 때문에 시장진입이 용이하지 않다.



하지만 기존의 가격체계, 즉 이미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공통된 의미를 가지는 가치와 일치하는 제품이라면 아마도 별로 새롭지 않은 제품일 것이다. 기존의 표준과 충돌하면서 새로운 표준, 즉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야 커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 낼 수있다. 그게 구멍가게 사장의 어려움이고, 재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