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취 게임 : 선취게임은 두 사람간의 결투로 묘사할 수있다. 처음으로 시작한 사람만이 시장을 소유할 수있다. 성공한다면 말이다. 문제는 언제 방아쇠를 당기느냐하는 것이다. 너무 일찍 방아쇠를 당겨 상대방을 놓치면, 상대방은 당신에게 다가와 확실하게 명중시킬 것이다. 반면 너무 오래 기다린다면 방아쇠를 당겨보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소모전 : 누가 먼저 뛰어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상대방보다 오래 버티느냐가 여기선 관건이다.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굴복하는가다. 소모전 역시 경매의 일종으로 볼 수있다. 돈을 잃더라도 남아 있을 의향이 있는 시간을 입찰이라고 생각해보라. 모든 참가자가 결국 자신이 입찰한 대로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는 면에서 보통의 옵션과는 다르다. 각자의 입찰액은 해당 상황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있느냐이다. 이는 경제적 손실로 측정할 수있다. 대신 더 오래 버틴 기업이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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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십리 길을 갈 사람과 천리 길을 갈 사람의 마음가짐이 다르다고 했다. 사업도 그렇다. ‘요이, 땡’하고 석달내에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평생토록 해야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틀리다. 흔히들 세상이 무지하게 빨리 바뀌어 한 가지 사업으로 오래할 수없으니, 최소한 1년이내에 본전은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핏보면 정말 맞다. 이전에는 삼겹살하면 그냥 삼겹살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생삼겹, 오삼겹, 대패삼겹, 와인삼겹,……. 이루 헤아릴 수없을 만큼 많다. 게다가 소비자의 취향은 얼마나 빨리 바뀌나. 불과 몇 년전만해도 온 세상이 조개굽는 냄새로 진동하였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그 많던 조개구이 집들이 사라졌다. 그만큼 세상이 빨리 바뀌니 창업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급해졌다. 그러다 보니 빨리 버는 방법들을 찾아다닌다.

동네 음식점을 열면서 온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야망을 품는 사람은 없다. 그저 잘 먹고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일 뿐이다. 그 것을 OK목장의 결투처럼 총잡이 두 사람이 마주보고 방아쇠를 한 번 당기는 것으로 승부가 나는 것처럼 생각한다. 물론 거의 대다수는 그나마 한 방도 맞추지 못하고, 재수가 좋으면 2-3번 방아쇠를 당겨보고 끝난다.

같은 총싸움이기는 하지만 놀이공원에 가서 인형맞추기 게임이라고 생각해보자. 총을 잡아보지도 않은 사람이 인형을 쓰러뜨리려면 결국 많이 쏘아 보아야 한다. 500원짜리 총알을 수십번 쏘다보면 600원짜리 인형을 자주 받게되고 그러다 보면 하루해가 다지고, 인형은 겨우 본전어치 건져서 집에 돌아간다.

장사도 그렇다. 하다보면 이것 조금 고치고, 저것 조금 고치고 하면서 장사수완도 늘어나고, 제품.서비스도 좋아진다. 핀란드에 발가락양말을 처음 보내고 나서 얼마 안있을 때의 일이었다. 양말이 1주일도 되지 않았는 데 구멍이 난다는 불만이 들어오곤 했다. 그래서 발가락사이즈도 늘려보고, 원부자재도 더 비싼 것으로 바꾸어보고, 포장하는 방법도 바꾸어 보고, 다림질하는 방법도 바꾸어 보아도 여전히 같은 불만이 들어왔다. 그래서 결국 하는 말이 혹시 발톱이 기냐고 물어보았다. 그 후부터는 그런 불만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 과정이 거의 1년이 걸렸다. 하지만 누가 감히 이런 문제의 해결책을 한꺼번에 처음 시작하는 순간에 알아낼 수있을 까? 우리는 디지털의 신화가 마치 온 세상을 지배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음식솜씨,맛.정성은 누가 핸드폰을 수백억어치를 태우고 난 다음에 하루아침에 나아지는 것처럼 바뀌지 않는다. 영화.패션.출판이 하루 아침에 미국.유럽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제조기술이 뒤떨어져서 그런게 아니라, 그들의 문화가 주류시장의 흐름인 데 수백억을 투자한다고 우리 문화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다만, 흐름에 동참하면서 나만의 독특함을 조화시켜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차라리 세상은 쉽게 바뀌어도 내가 그렇게 빨리 바뀌지 못한다. 다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행하고, 수정하고, 그리고 또 다시 바꾸고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내 물건을 좋아하고. 그렇게 해서 장사를 할 만하게 되고, 살 만하면 빈 손으로 흙으로 돌아갈 때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장사를 하면서 007에 나오는 황금 권총 속의 황금 총알 한 방에 세상을 점령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한방이 어긋나면 어어하다가 그냥 쓰러져 버린다. 내가 보기에 사업이란 오래해야 한다. 무조건 오래해야 한다. 한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난 이 걸로 돈을 빨리 벌어서 몇 살내에 은퇴해서 여행이나 다니며 살겠다’고 한다. 너무 흔하고 진부한 말을 본인들은 심각하게 이야기한다. 지난 15년동안 수십번을 들은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성공했다고 자만해서는 안되고, 실패했다고 좌절해서도 않된다. 내 나이 이제 50이 다되어 간다. 남들은 흔히 새로운 일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으니 이제는 쉬시라고 위로아닌 약을 올린다. 그런데 따져보면 난 아직 반도 못 살았다. 평균 연령 50이 넘지 않던 조선시대와 비교한다면, 지금의 내 나이는 그야말로 성춘향과 이도령이 광한루의 로맨스를 즐기던 이팔청춘이나 같다. 최소 50년 이상은 더 버텨야한다.

그리고 오래 버틴 놈이 일을 내지, 쓰러진 놈은 일을 내지 못한다. 경마장이나 카지노에 푹 빠지는 사람들의 전형은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운도 따라주었다. 처음 그 판에 쭈볏쭈볏하면서 들어갔는 데, 웬걸 초짜가 대박을 친 것이다. 그러니 오직 자신이 있겠나. “아, 난 경마에 천재구나, 난 슬롯머신을 읽을 수있어”하는 터무니 없는 자신감이 그 사람을 휘감는 순간 그는 구렁텅이로 빠진다. 하지만 진짜 경마를 즐기는 사람은 자기가 가진 돈을 아주 일부만 조금씩 배팅하면서 이기면 이긴대로 즐거워하고, 지면 진대로 다시 경주를 즐긴다. 그러다 보면 그 자체가 취미가 되고, 오래 즐길 수 있다. 장사에서 대박이란 없다. 대박을 터진 사장들 보면 이미 한두번쯤은 있는 재산과 집을 말아먹은 후에 벼랑끝의 심정으로 만들어 낸 제품이 시장의 흐름과 맞아 떨어져서 큰 돈을 번 것이지, 그 사람들이 시장이나 제품에 대하여 전혀 문외한인데 갑자기 만들어 낸 제품이나 서비스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버텨야 한다.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야 하늘이 나를 도와줄 기회가 있다. 포기한 마당에 하늘이 날 어떻게 도와주겠나? 하늘의 체면을 보아서라도 몇 번쯤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는 거북이처럼 묵묵히 가야한다. 그러다보면 거북이도 벤츠타고 달릴 기회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