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산에 올랐다가 발을 헛디뎌 다쳤다. 설상가상으로 예리한 나뭇가지가 그 발을
헤집고 들어오는 바람에 정강이에 크게 창상을 입고 급기야 병원에서 난생처음 내몸에 6자국이나 바느질을 해야 했다. 평상시 당연한 존재감으로 홀대받던 정강이의 ‘미친 존재감’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1주간 나는 아픈 정강이만을 생각해야 했고 2주 부터는 절뚝거리며 일하고 생활하는 불편함을 전두엽까지 느껴야 했으며 무더위와 더딘 상처회복에 짜증까지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문득, 나의 정강이의 이같은 반란은 지극히 예견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껏 정강이를 혹사시키기만 했을 뿐 한번도 수고로움을 격려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머리를 다듬고, 뺨도 어루만지고 힘들 때 등과 어깨도 토탁토닥 했지만 정강이는 발바닥조차 경험했던 그 흔한 안마도 받지 못했으니 얼마나 서러웠을 까? 그래서 자신을 알아달라고 이런일을 자행(?)했던 것이리라

우리는 평상시 평범한 것들에게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가 자문해 보자

글도 써주고 밥도 먹여주는 손의 고행을 모르듯이 평상시 주변에서 묵묵히 맡은바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알고 있는가? 이 무더위에 전력대란을 막기위해 섭씨 60도를 넘나드는 곳에서 발전기를 점검하는 기사분들, 우리가 버린 온갖 음식 쓰레기를 어느 순간 살며서 수거해 가는 분들, 청소도구를 들고 분주히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주머니들, 우리가 자는 동안에 깨어있는 경비아저씨 등…… 가만히 살펴보니 너무 많다…… 우리 부모님들도 그렇다…….

가끔씩 평범한 일상의 익숙한 것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해야 한다. 6.25 기념식에만 참전용사를 챙기는, 꼭 무슨일이 터져야 오른손이 몰랐던 왼손의 소중함을 알 것이 아니라, 가끔 평상시에 그들이 잘 있는지 돌아보기라도 해야 한다.

2주넘게 본의아니게 ‘장애우’체험을 한 나는 이제 정강이의 아픔과 수고를 안다.

앞으로 자기전에 가볍게 한두번 쯤은 쓰다듬어 줘야 겠다.

‘오늘 하루 나를 지탱해 주어 감사해’라고 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