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일본에 처음 거주할 때 일본인들의 재테크 관행을 보고 이해를 못했던 기억이 있다. 금리가 연 1%대에 불과한데 대부분 사람들이 우체국 예금에 돈을 맡겨두는 모습을 보곤 놀랐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면 훨씬 개인 자산을 불릴 수 있을텐데, 왜 투자를 안 할까. 당시엔 일본인들의 재테크 패턴을 이해하지 못했다.

일본인들의 ‘소심함’을 비웃기도했다.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5∼10%의 고성장에 익숙해 있던 한국사회에서 살아온 기자의 한계였던 셈이다.

중간에 1년을 빼고 2002년 초부터 2007년 중반까지 일본에 살았던 시기에 일본인들의 빡빡한 삶을 보면서 크게 놀랐다.

국민소득 4만 달러가 넘은 세계 2위 경제대국 국민들의 소비 수준이 국민소득 2만 달러도 안 되는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검소했기 때문이다. 재테크나 소비패턴이나 ‘일본인’들은 ‘한국인’과 크게 다르다는 점을 여러 분야에서 실감했다.

당시만 해도 일본인들의 이런 경제적 행위들이 일본 특유의 사회구조나 문화, 일본인의 습성에 기인한 것으로 인식했다.

그들의 경제 행위가 일본인 특성이 아닌 경제 상황에 따른 ‘일반적인 패턴’이란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필자는 일본인들의 재테크 패턴이나 생활 습성이 일본인 특성보단 20여년간의 장기침체에도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

2007년 중반 한국에 귀국한 뒤 우리나라의 부동산 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많이 했다. 2000년대 중반에 일어났던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폭등은 ‘버블(거품)’이란 글을 써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도 많다. 5년이 지난 지금 기자의 전망이 상당히 현실화되고 있다.

물론 부동산 가격 하락이 좋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독자들께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다만 선진국, 특히 한국경제보다 앞서 선진국에 진입한 일본의 경제발전 궤적으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이 많다고 예상을 했을 뿐이다.

요금 주변 지인을 만날 때마다 “한국 경기 언제 좋아질까” “부동산 가격 언제 상승세로 돌아설까” “젊은인들의 취업 시장은 언제쯤 개선될까” 등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기자가 경제 전문가나 미래학자는 아니지만 이들 지인들과 국내외 상황을 놓고 즐겨 토론을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한국(경제)이 원하지 않지만 ‘일본형 사회’ 구조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데 서로 많은 공감을 하고 있다. 올 들어 그리스발 유럽 경제위기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이런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연평균 5% 이상의 고성장 사회에서 1∼2% 대의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 정말 세상살이가 팍팍해 진다. 그렇지만 경제는 냉엄한 현실이다. 우리가 싫다고 차가운 경제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GDP(국내총생산)에서 해외 수출의존도가 40%가 넘는 우리나라는 일본보다도 훨씬 해외 경제 상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한국도 이젠 저성장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의 경제 개발 계획은 물론 국민들도 재테크나 소비 행태 등에서 지난 30여년 이상 계속된 경제 고성장 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정하기 어렵지만 저성장 시대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경제 고성장 시대, 인플레 시대의 달콤했던 추억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

기자는 1990년 대 초반 출장을 계기로 일본에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여년간 일본과 일본경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오고 있다. 일본이 20여년에 걸친 장기침체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소개하면서 앞으로 한국을 예측해 보려고 한다.

새로운 시리즈로 주 1회 독자들에게 글을 전달할 계획이다.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