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일본 정치권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제1야당 민주당의 새 대표로 오자와 이치로(63) 의원이 당선됐다.

13선의 노회한 정치가인 오자와 의원은 일본 정계에서 풍운아로 불리는 인물.그는 1989년 47세에 최연소로 집권 자민당의 간사장(한국의 사무총장)을 지낸 실력자다.

오자와 의원은 집권당 간사장 시절 총리를 여러차례 옹립한 막후 실력자이기도 했다.오자와의원에 대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조차 “그가 자민당 간사장 시절 나같은 의원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오자와의원이 야당 대표로 된 후 일본 정치권은 요동치고 있다.

오자와 의원 스스로 자민당을 박차고 나와 당을 만든 적이 있으며 야당과 연립해 정권 교체에 성공한 적도 있다.그래서 오자와 대표가 중심이 돼 정치권의 판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자와 의원의 새 대표 취임은 여러가지로 의미하는 바가 많다.

지난해 9월 세대 교체 바람을 일으켰던 43세의 마에하라 세이지 전대표가 물러난 자리를 노회한 정치인인 오자와씨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달라지고 있다.

십수년만에 장기 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나 경제가 상승세를 타면서 사회 전체에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정치권 뿐만 아니다.

사회 경제 등에도 1980년대 호황기를 연상하게 하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바로 ‘일본식’에 대한 향수다.

시간은 걸렸지만 일본식의 점진적인 개혁을 통해 경제 회복에 성공하면서 일본인들은 자신감을 되찾았다.그 결과 사회 전반적으로 복고 바람이 불고있는 것이다.

당장 일본 경제의 주인공인 기업들이 달라졌다.

한때 경쟁력 약화의 주범으로 외면받던 ‘일본식 경영’이 부활하고 있다.

올들어 일본 기업들은 종업원들의 정년을 늘리고있다.

인구감소와 저출산,노령자 퇴직의공백을 메우려는데 목적이 있다.기존의 60세에서 63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대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일본식 경영과 회사 제도의 근간인 종신 고용에 대한 신뢰도도 더욱 확고해 지는 모습이다.

종신 고용을 통해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지고,일본경제 나아가 일본사회의 안정을 지킬수 있다는 믿음이 사회 전체에 확산되고 있다.

경제가 회복되면서 춘투(봄철 임금협상)도 살아났다.

물론 커다란 노사분쟁은 없었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임금을 올려주고 있다.

최근 외교문제에서도 나타난 일본 정부의 강경 자세도 이러한 시대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독도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더욱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다.

일련의 변화를 보면 국가 관계는 결국 ‘힘의 논리’라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된다.

특히 힘의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경제력 이다.경제가 좋아지면 정부와 국민들의 자신감은 커지고 정치나 외교면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살아나는 일본경제를 바탕으로 일본이 어떻게 변할지를 주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