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도자 鄧小平의 이름은 작고 평범하다는 뜻이다. 그 이름에 어울리게 그는 작고 왜소한 체구의 중국인이다. 아마 외모상으로 본다면 평범에도 미치지 못하는 좀 모자란 듯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도 중국 근현대사의 큰 족적을 남겼다. ‘작고 평범하다’는 그 이름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당찬 행동으로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홍콩반환을 앞두고 계속 홍콩을 얻어 쓰려는 영국왕자의 아첨을 “나는 더 이상 이홍장이 아니다”라는 일언지하에 거절해버렸고, 중국 전역을 휩쓴 문화대혁명이란 대정치투쟁의 소용돌이속에서 용케 살아남은 그는 이념과 혁명에 매몰되어있던 각박한 중국정치계에 실용과 경제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후 혁명의 영웅 모택동을 제치고 정권을 잡았다가 문혁의 와중에서 처참한 최후를 맞이해야 했던 劉少奇의 이름은 ‘조금 특이하다’는 뜻일 뿐이다. 70년대 초반 전세계를 휩쓸었던 무술스타 李小龍은 ‘용은 용이지만 아직은 작다’는 뜻이다. 이런 이름자는 지금은 작지만 나중에 크게 되리라는 소망의 표현이며 작은 속에 큰 뜻을 감춘 음양사상의 표현이다. 이렇게 중국 사람들의 이름자에는 大자나 크다 위대하다는 뜻보다는, 의외로 小 자나 작고 평범하다는 글자를 선호함을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자에 잘 쓰이는 글자중의 하나는 大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자에 많이 쓰이는 대식, 대호, 대근, 대두, 태식, 태수 등 대자를 많이 쓰지만, 小자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마 앞으로 큰 인물이 되라는 덕담으로 大字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

몇해전에도 대통령 이름자에 大나 泰자가 들어간 분이 둘이나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분들은 모두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 ‘보통사람’이란 이미지를 구사했다. 이름은 모두 ‘크다’ ‘위대하다’란 뜻이건만, ‘평범한 보통사람’이란 이미지를 선거전략으로 삼았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러나 그 모순적 전략에 대해 별 말들이 없었던 것을 보면,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가 보다. 현 대통령의 함자에 들어있는 넓다는 뜻의 博자 역시 같은 범주에 속한다고 한다면 현대사에 등장했던 7분의 대통령의 함자에 절반 정도가 크다 넓다는 뜻을 가진 이름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외형상으로 중국은 겸손하고 한국은 호탕하지만, 중국은 작다는 것을 내세우면서 큰 일을 도모하고, 한국은 큰 것을 내세우면서 작은 이미지를 이용한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모두 음양의 이치를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양자의 차이는 민족적 기질이나 사유방식과 깊은 관련을 갖고 있는 것으로 간단하게 우열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양자의 사고방식에 대해 나쁘게 말해본다면 중국인은 음흉스럽고 한국인은 실속없이 처음부터 요란을 떤다. 아마 인간적으로는 한국인이 훨씬 더 정감이 갈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와는 달리 처음에는 소리없이 작게 시작하지만 묵묵히 큰 결실을 도모하는 중국의 지혜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