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국이와 욱일이는 옆집에 사는 친구다. 어렸을 때부터 집 형편이 안 좋은 욱일이네는 민국이네 집에 여러 번 도움을 받았다.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매번 욱일이는 민국이에게 궁금해 하는 것을 묻고 시험 전에는 노트를 빌려 달라고 했다. 민국이는 그런 욱일이에게 자신의 노트를 빌려주는 것을 별로 개의치 않았다.

욱일이는 잔머리가 잘 돌아가고 운동도 잘하고 남들에게 으시대기를 좋아했다. 반대로 민국이는 온화하고 남들을 기꺼이 도와줬다. 머리가 좋아서 공부도 잘했지만 늘 겸손했다.

그러던 중 욱일이네 아빠가 로또에 맞았다. 집도 사고 가게도 열었다. 가뜩이나 으시대기를 좋아하는 욱일이는 어깨에 더욱 힘줘가며 아이들을 괴롭혔다. 자기보다 큰 애들에게도 악착같이 대들어 이기곤 했다. 또래나 작은애들에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들이 부모나 친척에게서 받은 선물도 빼앗고 마치 자기 것처럼 집으로 가져가는게 일상이었다.



욱일이가 어려웠을때 도움을 준 민국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동안 민국이는 자신을 괴롭히는 욱일이가 해 달라는 건 다 해 줄 수 밖에 없었다. 안하무인격인 욱일이는 자신이 뭘 잘못하는지도 모르는게 분명했다.

시간이 흘러 둘은 어른이 됐다. 이젠 힘보다는 이성적 판단이 우선하는 나이가 됐다. 미안하다고 말할 때도 됐지만 욱일이에게 만은 예외다. 아직도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무시하는게 여전하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 남에게 빼앗아간 것들을 자기 것이라고 우긴다. 어떤 것들은 숨기고 꺼내지도 않는다.

그들이 아무리 자기 것이라고 말해 봐도 욱일이는 친한 형들을 불러 오히려 자신이 옳다고 말하고, 빼앗은 물건들을 정당화 하려고 한다. 이제 민국이는 자기네 밭도 빼앗길 판이다. 한때 욱일에게 빼앗겼던 밭이었다. 억울한 민국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호소하지만 그들은 말로만 위로만 하지 냉랭하다.

아픔을 간직한 민국이는 이젠 강해졌지만 아직도 자기 소리를 내지 못한다. 가족끼리 약간의 불화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형제와 떨어져 산지 오래된 것도 흠이다. 하지만 형제가 같이 뭉치고, 어디서든 자존심을 내 세울때가 오고 있다.

그 동안의 아픔이 오히려 더 탄탄한 근육이 됐다. 흰색 옷을 자주 입는 민국이는 어제와 다른 내일을 만들고 있다. 더 이상 예전의 민국이가 아닌 것을 사람들에게 확실히 알려야 한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지혜와 리더십과 능력을 갖춘 민국이는 이제부터가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