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남자 <도응>편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위나라 무후가 이극에게 물었다.
“오나라는 어떻게 멸망했는가?”
“오나라는 걸핏하면 싸우고 싸울 때 마다 이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나라가 흥했을 것인데 어찌 망했단 말인가?”
“조그마한 일에도 계속 싸우면 백성이 피곤해지고, 싸울 때마다 이기면 임금이 거만해 집니다. 거만한 임금과 피곤한 백성으로 망하지 않는 나라는 없습니다. 거만해지면 제멋대로 행동하게 되고, 제멋대로 행동하게 되면 물질을 탕진하고, 피곤하면 원망하고, 원망하면 정신을 탕진합니다. 임금과 백성이 가진 것을 모두 탕진했으니 오가 망한 것도 무리가 아니지요. 오왕 부차는 자살했습니다. 노자도 공을 이루고 이름이 오르면 몸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극이 덧붙여 말했다.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고 싶다면 가진게 없을때 보다 원하는 것을 충분히 가졌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쉽게 방종하고 오만에 빠지는 사람은 안일해지기 쉽고 결국 가진 것 조차도 잃게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때문이다.
현명한 사람은 가지지 않고 오히려 비우려고 한다. 그래서 법정스님께서는 <무소유>를 그리도 주장하셨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그 분의 생각에 내 생각을 빗대어 본다.
무소유는 가진 것에 대한 이별이며 비움의 철학이다
무소유는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는 마음이다
무소유는 더 많이 가질 수록 비워놓는 용기다
무소유는 하고 싶은 것을 잊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무소유는 갖고 싶은 것을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무소유는 해야 하는 것을 놓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진정한 무소유는 그 안에 가치있는 일을 담고, 진정한 자신에 방해되는 것을 삼가라는 것이다
진정한 무소유는 남과 더불어 채우라는 의미다
진정한 무소유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모든 것을 갖지 않으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모든 것에 혹하지 않으면 모든 것에 응할 수 있다
모든 것이 필요하지 않다면 모든 것에 욕심내지 않는다
지금 보이고 필요한 것에 혹하지 말고
나중에 보이고 필요해 질 것을 준비하라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태도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다.
태도와 관계는 소유하고 굳어지는게 아니라 채울 수 있는 공간에 다른 무엇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연한 사고와 태도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