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적인 인간관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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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여러 가지 주위 사람의 영향을 받게 된다. 직장에서 어느 한 사람의 독특한 언어구사가 사내에 퍼지면 한동안 그 문장이 유행처럼 회자하기도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로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직관과 판단력이 중요하다. 물론 그전에 본인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인생의 파트너가 될 만한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본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메인 테마를 펼치기 전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을 전체적으로 판단하는 직관력을 키우려면 많이 접촉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도 비즈니스 초기에 사람문제 때문에 큰 상처를 입고 수개월 동안 상심에 빠진 적도 있다. 이 경우는 과거에 경험에 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려웠다.
수년 전 지인이 대표인 기업에서 잠깐 일을 도운 적이 있다. 그분의 단점 중 하나가 지나치게 귀가 얇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접근해 금방 돈 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하면 잘 넘어가곤 했다. 그 외부인의 정체는 대부분 사기의 기질이 있는 분들이었다. 이분들과 약 1년간 허심탄회하게 지내다 보니 또 다른 인간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얻은 노하우는 바로 사기성 짙은 분들을 판별하는 능력이다. 전철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면서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곤 하는데, 사람들의 복장, 대화 스타일, 행동습관 등 몇 가지만 살펴보면 사기성 경향이 있는지 직관으로 판별할 수 있게 되었다. 지인이 필자의 충언을 잘 귀담아듣지 않아 함께 있는 동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런 경험을 언제 할 수 있으며, 앞으로 비즈니스의 여정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사람을 판별하는 소중한 경험을 한 것 같아 내심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인생이든 비즈니스든 결국 홀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필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타인에 의지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판단한다는 의지’와 ‘타인 또는 지인이 하는 비즈니스는 침범하지 않는다.’이다.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보니 핵심 프레임들이 직장생활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당연히 여러 가지로 당황하게 되는데 이 경우 필자는 지인의 도움이나 조언을 받지 않고 스스로 고민하면서 헤쳐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왜냐하면, 한 두 번의 도움이 당장은 약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생력을 키우는데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으며, 스스로 주체가 되어 뛰어든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 때문이었다. 당연히 시행착오도 많았고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스스로 믿고 확신하는 습관이 이제는 처음 접해보는 새로운 영역이라도 나름대로 신뢰성 있는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되었다.
이런 독자적인 가치판단은 멘토 즉 스승을 구하는 관점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필자에게 큰 영향을 준 스승이 몇 분 있는데 우선 ‘자유’와 ‘창의’를 가져다준 스승은 한말의 대표 선승인 ‘경허선사’다. 그는 스님의 신분으로 많은 기행을 남겼다. 그러나 이런 기행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무애자유였다. 말년에는 불교라는 틀조차 벗어버리고자 했다. 필자의 지인이나 명사들에게 영향을 준 스승 중에 경허선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존경하는 인물의 설정은 다분히 판에 박히고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경허선사는 땅으로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필자의 가슴에 살아서 함께 한다.
사랑의 실천과 이타적인 삶을 깨우치게 한 스승은 ‘예수’다. 현재 직장인들의 자기계발을 위해서 봉사하는 일이나, CEO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일은 모두 예수의 삶에서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훌륭한 스승은 ‘책’이다. 필자는 청소년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지만 대학 초년 시절 정신적 지평을 열어 주는 철학, 인문, 종교, 사상 등에 관한 책들을 섭렵한 것이 지금까지 그 영향력이 지속한다고 생각한다. 책 속의 사람들과 만나는 희열은 늘 큰 감동적이다.
가장 위대하고 존경하는 스승은 ‘부모’다. 예전에는 존경하는 인물이 타인을 따라서 말하거나 아니면 영향력 있는 지인이 설정한 인물로 대체되곤 했는데, 어느 정도 나이가 드니 부모님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만큼 위대한 스승은 없다. 누가 이렇게 조건 없이 무한한 사랑을 주실까.
이렇듯 사람, 스승, 주체적인 가치판단 모두 중요하다. 비즈니스를 하면서 고객 측 임직원을 만나는데 처음부터 실무자급 사람들을 중시해서 관계를 맺었다. 대표자와 만나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10년 이상을 내다본 장기적인 포석이었다. 금융세계에서 ‘가치투자’가 나름대로 의미와 성과를 만들듯이, 비즈니스 영역의 대인관계도 장기적인 안목의 ‘가치투자적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용어 역시 필자의 경험에서 착안한 것이다. 현재는 보잘것없는 직급이라도 미래가치를 보면 오히려 현재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것이 십수 년을 내다보는 비즈니스 가치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머니투데이> ‘김대리 CEO되기’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