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하순 한 신문의 기사 제목에서 “기아차 2년 연속적자 속 18년 연속파업 할까?”와 “LG전자 19년 연속 무분규 속 사상최대 이익실현”이라는 대비되는 내용을 보니 뭔가 씁쓸했다. 그러나 그동안 노동조합이 쉽게 양보할 수 없었던 ‘전환배치’를 기아차 노사가 합의한 것을 계기로 기아차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더욱 발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본다]

1. 기아자동차 노사가 생산라인 간의 「전환배치」에 합의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인력의 전환배치는 생산중단 등으로 남는 인원을 생산물량이 많은 다른 라인으로 투입하는 일인데, 노조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쉽게 합의되기 어려운 문제였다.

그러나 기아차 노사는 ‘카렌스’ 생산라인 직원 96명을 계약이 밀려들고 있는 신차 ‘모하비’ 생산라인으로 전환 배치키로 합의한 것이다. 노사전문가들은 소수 인원의 전환배치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런 대규모의 전환배치는 처음이라는데 의미가 크다고 전한다.

기존 카렌스 생산라인의 광주공장 이전으로 인해 무려 1년 넘게 남아돌던 인원이 이제야 필요한 생산라인에 배치된 것이다. 이 합의가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경직된 노사관계가 풀리는 변곡점으로 작용되어 주기를 바란다.

2. 지난 3월 25일자 신문들은 「기아차 노조, 18년 연속파업 할까?」라는 기사를 실었다. 신문들은 ‘기아차 노조가 전국 3개 공장에서 전면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는 내용을 염려스럽게 보도 했다. 그러면서 만일, 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돌입할 경우 1991년 이후 18년 연속 파업을 하게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중앙일보, 2008.3.25 등).

노사전문가들은 완성차 업체 5개사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악화된 상황 속에서 파업을 결행할지 주시하였다. 혹시 파업을 강행한다면 이제 막 인기몰이를 해 가고 있는 ‘모하비’, ‘모닝’ 등의 생산에 지장을 줄 수 있고, 경쟁력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한 것을 염려한 때문이었다. 파업을 하지 않은 것은 참 잘한 일이다.

3. 한편, 기아차 노사는 올해 협상을 앞두고 지난 3월초에 도요타자동차 견학단을 구성하여 일본 나고야로 갔다. 올해 협상의 최대 현안인 「주간 2교대제 시행」문제를 놓고 도요타에서 답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현재 낮 근무 8시간과 잔업 2시간, 밤 근무 8시간과 잔업 2시간으로 짜여진 「10+10 체제」를 잔업이 없는 「8+8체제」로 바꾸는 문제에 대해, 1990년대 초에 도요타가 실시했던 경험을 벤치마킹 하기 위한 것이다(중앙일보, 2008.3.15).

기아차 견학단은 견학을 통해 아마도 근무체제 변화 벤치마킹 외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왔을 것이다. 예들 들면 도요타 직원들의 ‘초인적인 근무 집중’, ‘카이젠(改善)을 통한 끊임없는 공정단축’, ‘집회나 시위 때도 작업라인을 세우지 않고 일하면서 협상하는 정신’, ‘해외공장 증설 등 경영권 불간섭’, ‘투명경영과 정년보장 및 고용안정’ 등과 같은 자동차업계 1등 기업 근로자들의 의식과 행동을 보았을 것이다.

4. 위와 같은 노력의 결과인지, 기아차 노사는 생산라인 전환 배치에 합의했고, 파업도 유보했다. 이런 우호적 분위기가 앞으로 있을 노사협상에서도 이어져 근무체제변경 문제도 원만히 합의하고 기존의 관행을 바꾸는 유연성이 발휘되면 좋겠다.

지난해에 현대차는 근로자의 정년은 연장해 주면서 사측이 요구한 임금피크제와 전환배치 등은 받아내지 못했다. 이에 비해, 기아차 노조는 전환배치에 합의 한 후 잔업도 없애고 생산물량을 조절하여 인건비 등 투입비용을 낮출 방법도 찾고자 노력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전환배치 불가의 벽을 허문 용기를 바탕으로 생산성(차 한대 당 생산시간 37.5시간, 현대 30.3시간, 도요타 21시간)도 더욱 높여서 도요타를 능가하는 훌륭한 기업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