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부다페스트. 혹자는 체코의 프라하가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가졌다면 부다페스트는 남성적인 아름다움을 가졌다고 말한다. 야경이 아름다워서 ‘야경의 도시’ 라고도 불리며, 도나우 강의 축복이 만들어낸 도시라고도 불린다. 아름다운 부다페스트에 한글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한글의 향기를 피우는 중심에 ‘부다페스트 한인학교’ 가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는 선생님들이 있다. 12월 유럽 동포단체 간담회 참석을 위한 헝가리 출장 중 부다페스트 한인학교를 방문하였다. 국내 대기업의 부다페스트 현지 법인에서 근무하시는 와중에서도 주말에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시고 계시는 이정민 선생님을 인터뷰하는 귀중한 기회를 가졌다.
부다페스트에서 한글나무를 심는 사람들
(설경이 아름다운 부다페스트 전경. 강 건너에 보이는 건물이 헝가리 국회의사당)

565년 전 세종대왕께서 백성들과 소통하지 못함을 슬피 여기시어 창조한 한글이 저 멀리 동유럽의 중심에서 꽃피우는 현장을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특히, 현지에서 자신의 본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 주말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열정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한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언어라고 할 수 있는데 영국의 웨일즈 지방에는 ” 언어가 없는 민족은 심장이 없는 민족이다” 라는 격언이 있다고 한다. 언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의미심장한 격언이 아닐 수 없다

Q1. 헝가리 부다페스트 한인학교의 연혁과 조직도 (학급/학년 구성) 그리고 각종 현황(학생수, 교사수, 보유하고 있는 기자재 등)을 말씀해 주십시오.

A1. 부다페스트 한인학교는 1990년 3월에 개교하였습니다. 처음에는 3개 학급으로 시작하였고 학생 수는 22명이었습니다. 지금은 유치부, 초등학교 1~6학년, 중학교 1~2학년, 헝가리어 반으로 구성되어 총 10개 학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학생 수는 75명에 이르고, 10명의 선생님이 재직하고 계십니다. 기증하여 주신 책으로 작은 도서관을 꾸몄고, 기자재로는 TV, 복사기, 프린터를 한대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부다페스트에서 한글나무를 심는 사람들
(한인학교 안에 작은 도서관도 마련되어 있다.)


Q2. 한인학교 교사로서 일하게 된 계기 무엇이었나요.

A2.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항상 ‘ 최고보다 최선을 ‘이라는 가르침을 강조하셨는데, 이러한 가르침이 20여년이 지난 지금의 제 인생에도 생활신조로 자리 매김하였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르침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신 선생님께 늘 감사하고, 나중에 꼭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갖지는 못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선생님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한인학교는 제 인생에서 어렸을 적 꿈을 이룩할 수 있게 해준 곳입니다. 헝가리 한인사회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되어 한인학교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부다페스트에서 한글나무를 심는 사람들
(토요일마다 진행되는 한인학교 수업 모습)


Q3. 한글교육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나 소견 등을 말씀해 주십시오.

A3.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이민 지역이 아니라는 특수성 때문에 한인학교 학생 구성을 두 부류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는 한글학교 교육의 필요성과도 서로 상응합니다. 첫째, 주재원 자녀의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주재원 가족이 해외에서 체류하는 기간이 약 4~5년 정도이므로, 파견근무가 만료되면 한국에 복귀해야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대한민국 교과 과정을 반드시 이수하고, 숙지해야 할 의무를 지니게 됩니다.

두 번째, 주재원 자녀를 제외한 전 학생의 경우인데, 이 부분에 해당되는 학생들은 대부분 헝가리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교육을 받지 않고 현지에서 교과과정을 마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대한민국 교과 과정을 이수해야 할 의무는 없으나 현지에서 한국어(모국어)교육을 정식으로 받을 기회가 부족하였고, 그밖에 사회(국사), 한문 등에 매우 취약하므로 모국인 대한민국을 알아가는 중요한 방편으로 한글학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다페스트에서 한글나무를 심는 사람들
(헝가리 학교를 토요일만 임대하여 사용하고 있다. 복도에 있는 헝가리 학생사진)


Q4. 현지에서 교사로서 일하면서 느꼈던 자부심 또는 자랑하고픈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세요.

A4. 저는 부다페스트 한인학교에서 근무한 지 2년이 채 안되어 많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주변 선생님들로부터 전해들은 일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약 10여 년 전 부다페스트 한인학교가 막 설립되어 아이들을 가르칠 시대에는 선생님 숫자도 턱없이 부족할 뿐 만 아니라 모든 조건이 열악하였다고 합니다. 그중에 가장 악조건은 바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는 부분 이였는데, 어려운 재정상 마땅한 장소를 빌릴 곳이 없어 수소문 끝에 도움을 받았던 곳이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 대사관 지하실 이였었습니다. 비록 아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다소 먼 거리라 통학이 불편하고, 공간이 매우 협소하여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여러 부분에서 무리가 있긴 하였지만 단 한명의 학생도 이에 불평불만을 하지 않고 수업에 잘 따라주어 무사히 교과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고 하십니다. 이 당시에 헝가리 부다페스트 한인학교를 졸업한 학생 중에는 한국에서 시행하는 각종 수학경시 대회 및 국내외 각종 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어 부다페스트 한인학교를 빛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우리 학교의 자랑스러운 귀감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부다페스트에서 한글나무를 심는 사람들
( 이 아이들은 한국문화를 자랑스러워하는 어린이들로 성장할 것이다.)

Q5. 현재 부다페스트 한인학교에서 가장 필요한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5.유치부의 경우, 아이들의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교육 자료가 필요하나, 현재 헝가리 부다페스트 한인학교에는 여전히 10여 년 전의 교육 자료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을 수 있는 최신 교육 자료와 월별로 정리된 교안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6. 앞으로 한인학교 교사로서의 본인의 포부는 무엇인가요.



A6.지금 가르치고 있는 이 아이들은 헝가리인 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민족들에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미래의 훌륭한 인재가 될 자랑스러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명감을 갖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점이 저의 간절한 포부입니다.
부다페스트에서 한글나무를 심는 사람들
(한글학교 선생님들, 뒷줄 맨 오른쪽에 계신 분이 인터뷰에 응하신 이정민 선생님)

먼 타지에서 한국의 혼을 일깨우는 사람들의 영혼은 아름다울 것 같다. 이번 한인학교 방문을 통해 한국에서는 하찮은 물건이라도 외국 현지에서는 아주 귀중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우리가 오래 전에 다 읽고 책꽂이 놓아둔 책도 부다페스트 한인학교의 학생들에게는 좋은 한글 교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책을 모아 한인학교 도서관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나아가 이런 선생님들을 통해서 동남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이 유럽대륙에 상륙하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닐까 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는 2011년 새해다.


– 이 글은 교육과학기술부 블로그에 본인이 1월 12일 게재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