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특검제 도입과 국회의원 전수조사에 합의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공직자 땅 투기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그제는 송철호 울산시장,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인, 친인척, 전 보좌관의 투기 의혹이 무더기로 제기됐다. 이에 따라 임 의원까지 현역 여당 의원만 7명이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됐다. 그런데도 어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친여 인터넷방송에서 “위는 맑아지기 시작했는데 바닥엔 잘못된 관행이 많이 남아 있다”며 “LH 토지분양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해 논란을 낳았다.

국민적 공분을 더 키우는 것은 이들이 하나같이 “몰랐다” “억울하다”를 연발하고, ‘기획부동산에 속은 것 아니냐’는 주변 반응에 기댄다는 점이다. 임 의원의 경우 누나, 사촌 등이 2018년 경기 광주 택지지구 주변 땅을 매입해 10배 가까이 값이 뛰었는데도 본인은 “땅 구입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전 장관 보좌관의 부인도 3기 신도시 택지 추가 발표 직전, 해당 지구(안산 장상지구) 내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사자는 “억울하다”고 하지만 그린벨트로 묶이고 송전선이 지나가는 땅을 선뜻 사들인 점이나, LH 사태가 터진 후 갑작스레 보좌관 직을 사임해 석연치 않은 게 사실이다.

땅은 대개 10년 이상 내다보는 장기투자 대상인데, 이들 인사와 관련된 땅들이 모두 매입 한 달 만에 택지추진계획, 지구단위계획 변경안 고시 등 ‘개발 호재’를 맞은 것은 분명 의심받을 만하다. 임 의원은 당시 국토교통위 소속이었고, 전 장관의 지역구가 안산이었다는 점도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동정론에 호소하는 듯한 행태는 국민이 보기에도 민망하다. 송 시장 부인은 2009년 경기 용인의 임야를 이른바 ‘쪼개기’로 사들여놓고, 시세보다 너무 비싼 가격으로 매입하고 차익이 없다는 점을 새삼 강조했다고 한다. 설령 투자 실패가 맞더라도 쪼개기 매입 자체가 대표적 투기행위란 점에서 ‘피해 호소인’ 행세를 할 처지는 아니지 않나 싶다.

여권 의혹 당사자들의 이런 대응에 국민적 분노는 ‘영털(영혼까지 털렸다)’ 수준으로 높아져 하늘을 찌른다. ‘투기 난장판’이 돼버린 세종시의 스마트산단 투기의혹 자체조사에 자진신고 1명 외에 투기는 없었다는 발표도 국민이 납득할까 의문이다. 이런 미봉으로 국민적 의혹을 덮을 수 있다는 미몽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여당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