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2030 세대 투자자를 대거 끌어들이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암호화폐 연결계좌’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았다. 지난 1~2월 케이뱅크 계좌를 새로 발급받은 사람은 92만 명. 같은 기간 또 다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가입자(38만 명)의 두 배가 넘는다.

이 중 70%가 2030 세대라는 점도 특이하다. 최근 비트코인 랠리에 올라타려는 청년층이 케이뱅크 가입자 증가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경쟁력…2030 투자자 대거 유입

18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작년 말 219만 명이던 케이뱅크 가입자는 지난 2월 말 311만 명으로 늘어났다. 두 달 만에 기존 회원수의 절반가량이 불어난 것이다. 92만 명의 신규 가입자 중 69.6%가 20~30대다. 경쟁 상대인 카카오뱅크 가입자의 2030 비율은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까지 카카오뱅크 누적 가입자 1360만 명 가운데 청년층 비율은 약 60%로, 전년(63%) 대비 3%포인트가량 감소했다.

케이뱅크에 신규 고객이 몰리고, 그중에서 청년 비중이 높은 이유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자를 위해 계좌를 새로 튼 고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국내 최대 규모 암호화폐거래소로 꼽히는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있다. 업비트에서 암호화폐 거래자금을 넣고 빼려면 케이뱅크 계좌가 반드시 필요하다.

케이뱅크는 가입자가 대폭 증가한 이유가 암호화폐 때문만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암호화폐를 거래하려고 가입한 고객이 높은 예·적금 금리 등을 체감하며 입소문을 냈고, 유입 고객이 더 늘었다는 것이다. 케이뱅크의 2월 말 기준 예·적금 잔액은 6조8400억원이다. 1월 말 대비 2조34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수시입출금식예금(일명 파킹통장)이 효자 노릇을 했다는 분석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정기 예·적금보다는 수시입출금식 상품 잔액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의 파킹통장 금리는 연 0.6%로 시중은행과 비교해 약 연 0.3~0.5%포인트 높다.

인터넷은행, “젊은 층이 핵심 경쟁력”

인터넷은행 가입자는 모바일 기기 이용에 밝은 2030 세대가 많다. 인터넷은행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고객으로 평가된다. 청년층은 급여이체부터 예·적금 상품 가입까지 인터넷은행을 주거래은행처럼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2030 청년층 가입이 늘어난 케이뱅크 앱의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지난해 6월과 비교했을 때 4배 이상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2019년 4월 자본금 확충(유상증자) 문제로 1년 넘게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가 지난해 7월 대출 영업을 재개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같은 기간 가입자의 앱 활용도를 보여주는 가입 고객 대비 MAU 비율도 30%포인트 이상 늘었다”며 “케이뱅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고객이 증가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도 2030 가입자 확보에 힘쓰고 있다. 출범부터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를 앞세운 것은 2030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청년층이 자주 소비하는 마켓컬리와 ‘26주 파트너 적금’을 내놓은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지난해에는 20대를 넘어서 만 14세부터 19세 청소년들만 사용할 수 있는 ‘카카오뱅크 미니’를 출시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미니로 수익이 나지는 않지만 미래 고객을 위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도 2030 청년 이용자 확보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올해 청년층의 수요가 높은 비대면 전·월세 대출과 소액 마이너스 통장을 출시하는 한편 수신 및 결제 부문에서도 혁신 서비스를 내놔 청년층 유입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