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진화하며 각자 더 강렬해진 색채…호불호도 극명
김순옥·문영남·임성한, '막장'만으로 묶을 수 없는
김순옥(49), 문영남(61), 그리고 임성한(60).
속칭 '막장 드라마'계 스타 작가 3인방으로 불리는 이들이 최근 연이어 신작을 내놓으면서 경쟁 구도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각자 개성 뚜렷한 작품을 서로 조금씩 다른 방송 시간대 내놓으면서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작품의 분위기나 내용 면에서도 각각 개성이 한층 진화한 모습이라 세 작가를 더는 단순히 '막장'이라는 카테고리만으로 묶는 것도 철 지난 이야기가 됐다.

김순옥·문영남·임성한, '막장'만으로 묶을 수 없는
'언니는 살아있다'(2017), '황후의 품격'(2018~2019)에 이어 또 한 번 SBS와 손잡고 '펜트하우스'로 돌아온 김순옥 작가는 막장극의 시즌제라는 새로운 공식을 선언하며 시청률 26%대를 찍는 데 성공했고 화제성도 싹쓸이 중이다.

워낙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와 스케일 큰 사건·사고, 상식을 뛰어넘는 캐릭터가 등장한 덕분에 '펜트하우스'는 최근 막장극을 대표하는 위치에 올랐다.

본래 막장극에도 다양한 계파(?)가 있지만 '펜트하우스'가 워낙 '대박'을 치면서 '복수를 테마로 폭주하는 전개=막장극'이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도 없지는 않다.

사건을 사건으로 덮다 보니 극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좀처럼 정상적이지 못한 인물들도 보기에는 재밌지만, 작품 자체로 얼마나 완결성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압구정 백야'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임성한 작가는 엄청난 대사량과 그의 시그니처라고 불리는 독특한 장면들을 여전히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펜트하우스'와 마찬가지로 시즌제를 선언한 TV조선 주말극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30, 40, 50대 부부의 위기를 조명하면서 임 작가 특유의 '조곤조곤하게 때리는' 대사로 시청자들을 빨아들이며 시청률 10%에 도달했다.

TV조선 드라마 사상 최고 성적이다.

비록 쾌속 전개를 선호하는 최근 젊은 시청자들을 충분히 흡수하는 데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나 넷플릭스로도 진출한 만큼 '불륜 대상 찾기'라는 추리 코드, 남녀 시점 변경을 통한 분위기 전환, 한 번씩 허를 찌르는 반전 장면들로 '진화'를 꾀한 임 작가의 고민이 엿보였다.

김순옥·문영남·임성한, '막장'만으로 묶을 수 없는
마지막 주자는 지난해 '왜그래 풍상씨'를 통해 '미니시리즈의 주말극화'를 가능하게 한 문영남 작가다.

'가족극의 여왕'으로 불리는 문 작가는 최근 다시 KBS와 손잡고 주말극 '오케이 광자매'로 복귀, 시작부터 시청률이 25%를 돌파했다.

가정 안에서 오해가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나 서로 지지고 볶는 전개 과정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여기에 초반부터 노부부가 이혼하는 과정에서 아내가 죽으며 모두가 용의자로 몰리는 전개로 추리극의 특성까지 더해 보는 맛을 살렸다.

물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닐 전개에 벌써 피로를 호소하는 시청자도 꽤 있다.

살인사건을 주말극에 접목한 문 작가의 시도가 기존에 지닌 '과장된 리얼리티' 작법과 잘 어우러질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순옥·문영남·임성한, '막장'만으로 묶을 수 없는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17일 "세 작가의 대전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비슷한 시기 편성돼 시청자 입장에서는 비교해서 보는 재미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세 작품이 전반적으로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모두 성공하는 상황이다.

세 명이 세 가지 색을 또렷하게 내고 있어 '막장'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도 애매해졌다.

물론 색깔이 강렬해짐에 따라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