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원들 가족 땅 가보니…10가구 남짓 한적한 시골 마을
주민 "토박이지만 도로 난다는 얘기 몰랐다"…국민의힘 "성역 없이 수사해야"
가족 땅에 도로 지나게 하려고 '쪽지 예산'까지 편성?
"집 뒤에 도로가 난다는 얘기는 작년에 매스컴에서 떠들썩하게 나오고 나서야 알았어…"
최근 세종시의회 일부 의원의 직위 이용 부당행위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연합뉴스가 16일 조치원읍 봉산리 일원 이태환 의장 모친 소유의 부지를 찾았다.

인근 밭에서 파종을 위해 땅 고르기 작업을 하던 이모(80)씨는 "40년 넘게 여기서 살고 있는 토박이인데, 도로가 뚫린다는 것은 작년에 시의원들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야 알았다"고 전했다.

그는 "근처에 몇 가구 살지도 않아 도로를 놔 달라는 민원 넣을 사람도 없다"며 "도로가 개설되고 나서 땅값이 올랐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농사꾼이야 팔 거 아니니 상관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봉산리 마을회관 뒤편 이 의장 모친 소유의 농지 앞에는 원래의 도로와 농지 옆을 지나는 새로 개설한 도로가 Y자 형태로 갈라져 있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가구가 10여 채도 되지 않고, 인적도 뜸한 시골 마을에 2개의 주 도로가 나 있는 경우는 흔치 않은 사례다.

15년 넘게 장기 미집행 도로로 계획돼 있었지만, 지난해 세종시의회가 도로 포장 예산을 편성해 신설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세종시당과 세종지역 4개 시민단체는 최근 감사원에 이 의장과 김원식 시의원이 가족 명의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가족 땅에 도로 지나게 하려고 '쪽지 예산'까지 편성?
이 의장과 김 의원은 각각 어머니와 부인 명의로 조치원읍 토지를 매입한 뒤 도로포장 예산을 편성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등기부등본 열람 결과 이 의장의 모친 A씨는 2016년 6월 조치원읍 봉산리 일원 토지 1천515㎡를 6억4천500만원에 매입했다.

땅값의 60%가 넘는 3억9천600만원을 지역 신협에서 대출 받았다.

이어 지난해 9월 장기 미집행 도로 토지 수용 보상 절차에 따라 이 중 217㎡에 대한 땅값으로 1억2천여만원을 보상받았다.

앞서 김원식 의원은 2015년 3월 봉산리 토지 1천63㎡를 4억2천만600만원에 매입했는데, 이 가운데 농협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이 74%(3억1천800만원)에 달했다.

김 의원과 이 의장 가족의 땅은 서로 인접해 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은 세종시가 지난해 도로포장 예산을 0원으로 제출했는데도 시의회 사무처가 항목을 신설해 이 의장 어머니 소유 땅을 지나는 도로를 포함한 9개 도로 개설 예산으로 32억원을 편성했다고 지적했다.

예산 증액 당시 소위 '쪽지 예산'으로 편성해 회의록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의원과 이 의장은 지난 1월 민주당 세종시당으로부터 이해충돌 방지 의무 위반으로 각각 2년, 1년6개월의 당원 자격정지 징계만 받았다.

차성호 의원도 2005년 연서면 와촌리 스마트 국가산단 인근에 임야 2만6천㎡를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

연서면 봉암리에도 토지와 상가 건물 등 다수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

정의당 세종시당은 차 의원에 대해 산단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직위를 이용해 보유한 야산 인근의 부지가 산단으로 지정되도록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산단 예정지는 아니지만, 산단 주변은 인구가 유입되고 주택과 상점 등이 들어서는 등 개발이 진행돼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가족 땅에 도로 지나게 하려고 '쪽지 예산'까지 편성?
차 의원은 "해당 야산은 2005년 시의원이 아니었던 시절부터 이미 매입해 갖고 있던 것으로, 일개 지방의회 의원이 무슨 힘이 있어 산단 후보지를 결정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제기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은 전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 세종시당은 이미 드러난 김원식·이태환 세종시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도 눈감으면서 어떻게 투기 행위를 뿌리 뽑을 혁신특위를 꾸리겠다는 것이냐"면서 "세종시장은 투기 특별조사에서 손 떼고 검찰과 경찰이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