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 사건으로 나눠 오후 6시까지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

70여 년 전 제주4·3사건 당시 군사재판을 받고 형무소로 끌려갔다가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누명을 벗었다.

제주4·3 수형인 335명 재심 선고 공판 시작…첫 재판 13명 무죄
제주지법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16일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법 군사재판을 거쳐 옥살이한 고(故) 박세원 씨 등 13명의 재심 사건 첫 재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기 직전 검찰은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박씨 등 13명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는 특수한 사항을 고려해 검찰 구형 후 이례적으로 곧바로 박씨 등 13명에 대해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로서 완전한 정체성을 갖지 못한 시기에 일어난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 피고인들은 목숨마저 빼앗기고, 그 유족은 연좌제의 굴레에 갇혀 살아왔다"며 "오늘 선고로 피고인들과 유족에게 덧씌워졌던 굴레가 벗겨져 앞으로 마음 편히 둘러앉아 정을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우리들도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는 날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죄가 선고되자 유족 대표로 박세원 씨의 아들 박영수 씨가 대표로 발언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주4·3 수형인 335명 재심 선고 공판 시작…첫 재판 13명 무죄
박씨는 "가슴이 떨려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법원에서 대기하면서 4.3 피해자를 대신해 절을 올리려고 했는데 법원 내에서 절을 올리는 것은 금지라 해 대신 지금 묵례를 하겠다"고 울먹였다.

그는 "무죄 판결을 해준 재판부와 무죄 구형을 내려준 검찰에 정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남은 재판에서도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검사님께서 명 재판을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제주지법은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진 4·3 수형인 335명에 대한 재심 공판을 진행한다.

이날 법정에 오르는 피고인은 행방불명 수형인 333명, 생존 수형인 2명으로 대부분 유족이 재판에 참여한다.

재판은 21개 사건으로 나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릴레이식으로 진행된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