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진절머리나…은퇴 번복은 없다"
"마지막 가는 길, 찬란하게 만들어준 후배들에게 고마워"
은퇴하는 '맏언니' 김보미…"마지막 경기, 후회 없이 하려했다"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의 반란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어진 데는 은퇴를 앞둔 '맏언니' 김보미(35)의 투혼이 있었다.

삼성생명은 15일 경기도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최종 5차전에서 청주 KB를 74-57로 물리치고 3승 2패로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1998년 출범한 여자프로농구에서 정규리그 4위 팀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것은 올해 삼성생명이 최초다.

김보미는 이날 37분 13초를 뛰고 12득점 6리바운드를 올리며 삼성생명의 '반란'을 완성했다.

57-48로 팀이 앞서있던 4쿼터 중반에는 3점 슛 1개를 포함해 7점을 연속으로 뽑아내며 승부의 추를 확실히 기울였다.

객관적인 지표를 떠나 누구보다 치열하게 경기에 임하고, 흐르는 공을 향해 주저 없이 몸을 던지는 그의 열정은 코트에서 가장 빛났다.

올 시즌 정규리그 30경기에 모두 나서 평균 21분 17초를 뛰며 6.87득점 4.2리바운드 1.4어시스트를 기록한 김보미는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마지막 남은 힘을 불태웠다.

플레이오프 3경기와 챔프전 5경기에 모두 나서 평균 32분 26초를 뛰었고 11.6득점 4.6리바운드 1.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은퇴하는 '맏언니' 김보미…"마지막 경기, 후회 없이 하려했다"
선수로 뛰는 마지막 시즌, 마지막 플레이오프인 만큼 몸을 사리지 않고 뛰었다.

앞서 "이번 플레이오프가 선수 생활 마지막 플레이오프일 수도 있다"고 말했던 김보미는 챔프전 우승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결정했다.

김보미는 우승을 확정한 뒤 기자회견에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KB가 강하고 무섭게 느껴져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는데 마지막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 지금이다.

앞서 두 번 우승했는데 한 번은 신입이라 뛰지 못했고, 두 번째는 식스맨이었다.

주전으로 뛰며 우승을 한 건 처음이다"라며 "좋은 감독과 코치, 팀원들을 만나 고맙다.

네 차례 수술을 받고 부상했던 순간들은 잊고 싶다"고 덧붙였다.

체력적인 면에서는 물론 버거웠다.

하지만 정신력이 그를 버티게 했다.

직전 4차전이 가장 힘들었다고 되돌아본 김보미는 "눈이 안 떠질 정도였다.

(배)혜윤이가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다고 했는데, 그 경기를 지니까 정말 힘들었다"며 "하지만 오늘은 내 마지막 경기인만큼 후회 없이 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최선을 다한 만큼 후회는 남기지 않는다.

김보미는 은퇴를 번복할 가능성을 묻자 "전혀 없다.

농구라면 진절머리가 난다"며 잘라 말했다.

그는 "당분간 농구는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다.

번복은 없다.

아름답게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은퇴 후 1년 정도 미국에 가 있으려고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차질이 생겼다.

우선은 좀 쉬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김보미는 끝으로 함께 뛴 후배들에게 "마지막 가는 길을 찬란하게 만들어줘 고맙다.

후배들에게 해준 건 없고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앞으로의 농구 인생은 길다.

부담 없이 즐기면서 농구를 하기 바란다"고 애정이 어린 조언을 남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