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 수사 전 과정 재정립 작업 나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향후 고위공직자범죄 수사의 전 과정을 재정립하기 위한 작업에 나선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에서 사건 착수·이첩·공소제기 등에서 우선권을 보유한 '컨트롤타워' 위상과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부패 컨트롤타워' 꿈꾸는 공수처…검경과 협상 시작
◇ 공수처, 검경과 '반부패 수사역량' 효율적 배분 협의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2일 "검찰과 경찰과 수사 지휘 등 관계를 놓고 3자 간 협의체를 통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검경과의 협상을 시작할 뜻을 밝혔다.

이르면 이번 주 구성될 협의체의 핵심 의제는 공수처법에 규정된 공수처의 우선적 권한을 어떤 식으로 실제 수사에 적용할지다.

공수처의 우선적 권한이란 ▲ 공수처 수사와 중복되는 타 수사기관 수사의 강제 이첩(24조 1항) ▲ 타 기관의 고위공직자범죄 인지 시 공수처 통보(24조 2항) ▲ 검사의 범죄 혐의 발견 시 공수처 이첩(25조 2항) 등이다.

공수처는 협의에서 국가 전체의 반부패 수사역량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맏형' 역할을 자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처장은 지난 4일 "공수처법 제정 당시 국회 회의록을 보면 공수처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것이 입법 취지로 보인다"며 "사건의 가르마를 탄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사건을 어디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판단하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부패 컨트롤타워' 꿈꾸는 공수처…검경과 협상 시작
◇ 검경, 상대방 수사·견제…최종 기소 판단은 공수처
구체적으로 공수처는 1차로 사건을 검토한 뒤 중요 반부패 범죄는 직접 수사하고, 나머지 사건을 검경에 이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사건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경무관 이상 고위급 경찰 사건은 검찰에 각각 넘겨 수사하도록 해 견제 관계를 형성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도 넘겨받은 사건의 수사를 마무리하면 공수처로 사건을 송치하는 방안을 협의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가 공소 여부를 최종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가 지난 12일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하면서 "공수처 공소 제기 대상 사건이므로 수사 후 송치해 달라"고 요구한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공수처는 아울러 경찰의 검사 수사에 대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고위공직자 범죄에 한해 강제수사를 위한 영장을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 신청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공수처는 3급 이상, 검찰은 4급, 경찰은 5급 이하만 수사할 수 있어 이 같은 구조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공수처 사정에 밝은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설립되기 전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로, 법률상 근거가 없다"며 "중대 반부패 사건을 수사하면서 다양한 피의자가 나온다면 칼로 무 자르듯이 나눌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반부패 컨트롤타워' 꿈꾸는 공수처…검경과 협상 시작
◇ 검찰, 공소권 축소 시도 땐 반발 예상
다만 공수처의 이 같은 추진 방안은 검찰의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검찰은 이미 공수처법 통과 전인 2019년 12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강한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대검찰청은 당시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 사건의 배당 기관, 즉 국가 사정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며 "공수처와 검경은 수사 지휘 관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직접수사 범위가 축소된 데 이어 여권이 수사권 완전 박탈을 목표로는 '검찰개혁 시즌2'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경찰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없이 비위 검사를 수사할 길이 열린다는 측면에서 내심 반길 수도 있다.

실제로 경찰은 2013년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수사 국면에서 김 전 차관 체포영장을 검찰이 반려하고 최종 무혐의 처분까지 내리는 등 좌절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경과의 협의는 공수처의 운영 원리가 담길 사건·사무 규칙의 핵심 조항의 근거가 될 것"이라며 "최대한 타 수사기관의 의견을 반영해 규칙을 만들어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