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4차전 결승점 등 21점 19리바운드 폭발…"김한별 언니 더 밀어붙일 것"
마지막 힘 짜내는 KB의 기둥 박지수 "기어서라도 해봐야죠"
"5년 전 제가 박지수를 뽑고 왜 환호했는지 다시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
13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의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을 어렵게 잡은 뒤 박지수(23·196㎝)에 대한 안덕수 청주 KB 감독의 찬사는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정규리그 4위 팀 삼성생명에 1·2차전을 내주고 벼랑 끝에 몰린 11일 3차전 30점 16리바운드를 몰아치며 대반격의 신호탄을 쏜 박지수가 여전히 '지면 끝'이던 이날 또 한 번 국내 최고 센터의 위용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4쿼터까지 78-78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이어진 연장전 34.6초를 남기고 박지수는 침착하게 골 밑을 파고들어 2득점을 올리며 83-82로 전세를 뒤집었다.

이 득점으로 우세한 분위기를 되찾은 KB는 이후 강아정의 자유투 2득점을 더해 85-82로 승리, 극적으로 2승 2패를 만들었다.

이날 박지수는 결승 득점을 포함해 21점 19리바운드를 올리고, 어시스트 6개와 스틸 2개, 블록슛 하나 곁들이며 승리의 주역으로 빛났다.

안덕수 감독은 "박지수가 냉정했다.

전반에 득점을 떠나서 스크린을 많이 걸어주고,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다.

리바운드 이후 패스 아웃도 좋았다"며 "역시 박지수라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박지수는 "쉽게 갈 수 있었던 상황에 집중하지 못한 건 반성할 일이지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그 힘든 상황에서 이길 수 있었던 건 잘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마지막 힘 짜내는 KB의 기둥 박지수 "기어서라도 해봐야죠"
승부를 가른 마지막 골밑슛에 대해선 이전에 글로 적었던 다짐을 현실로 만들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정규리그 막바지였나 플레이오프 때였나, 멘털 선생님께서 각자 각오를 적어보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클러치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내가 진다는 생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적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순간 부담은 됐지만, 누군가는 쏴야 한다고, 못 넣어도 내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포함해 7관왕에 오르며 개인으로는 최고의 나날을 보냈지만, 팀이 2위에 그쳐 아쉬움을 곱씹었던 박지수는 챔프전에서도 그렇게 돌아설 뻔했으나 자신의 힘으로 정상 등극의 불씨를 되살렸다.

매 경기 상대 선수들이 이중, 삼중으로 달려들다 보니 그만큼 힘들 수밖에 없는 처지지만, 남은 힘을 모두 짜내 이번만큼은 우승 기회를 잡아볼 참이다.

박지수는 "(체력이) 없어도 뛰어야죠. 질질 기어서라도 뛰어야죠"라며 미소 지었다.

그는 "5차전을 원정으로 치르게 됐는데, 1·2차전을 내준 곳이라 꼭 설욕하러 가고 싶었다"며 "이제 양쪽 모두 얼마나 집중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승부처 중 하나가 될 김한별과의 매치업에 대해선 "언니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는 게 느껴진다.

힘들어하는 게 보여서 밀어붙여야겠다 싶어도 잘 안되더라"면서 "이제 정말 하고 싶어도 마지막이니 좀 더 밀어 붙여보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