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3연패 위기에서 25점·13리바운드로 25점 차 대승 이끌어
데이비스 없으면 라건아…KCC 전창진 감독 "책임감 있게 잘해줘"
2020-2021시즌 프로농구 1위를 달리는 전주 KCC는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다른 팀들에 비해 한 수 위로 평가됐다.

타일러 데이비스(24·208㎝)가 벤치로 들어가면 나오는 선수가 라건아(32·199.2㎝)라는 점에서 KCC를 상대하는 팀들은 외국인 선수 매치업에서 늘 어려움을 겪었다.

데이비스와 라건아는 경기 당일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조금 더 뛰기는 했지만 평균 20분 안팎을 나눠 출전하며 이번 시즌 KCC의 선두 질주를 쌍끌이했다.

그러던 데이비스가 12일 왼쪽 무릎 연골 부상으로 전치 4주 진단을 받고 4월 초에 끝나는 정규리그에 뛸 수 없게 된 위기 상황에서 역시 '해결사'는 라건아였다.

라건아는 12일 전북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과 홈 경기에서 31분 47초를 뛰며 25점, 13리바운드에 블록슛을 5개나 해내며 팀의 91-66 대승을 이끌었다.

오리온의 외국인 선수들인 디드릭 로슨(4점·7리바운드)과 데빈 윌리엄스(9점·5리바운드) 성적을 합쳐도 라건아 한 명에 미치지 못했다.

KCC는 이날 졌더라면 3연패 늪에 빠지고, 2위 울산 현대모비스와 0.5경기 차로 좁혀질 위기였지만 라건아가 골밑을 굳건히 지키며 한숨을 돌렸다.

전창진 KCC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라건아가 책임감을 갖고 골밑을 지켜줬다"며 "할 말이 더 없을 정도로 고맙게 잘 해줬다"고 칭찬했다.

데이비스 없으면 라건아…KCC 전창진 감독 "책임감 있게 잘해줘"
라건아 역시 "감독님이 수비와 리바운드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는데 잘 이행해 경기가 잘 풀린 것 같다"며 "아무래도 한 발 더 뛰며 열심히 하려고 했고, 출전 시간은 원래 많이 뛰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조금 늘어나도 괜찮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복근 쪽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라건아는 "오전에 복근 운동을 좀 과하게 했고, 출전 시간도 평소보다 늘어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라건아는 데이비스의 부상 이탈에 국내 선수들을 모아놓고 분위기를 다잡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는 "사실 데이비스 부상 이전부터 경기력이나 팀 분위기가 좀 가라앉았다"며 "거기에 부상까지 나와 선수들에게 '지금 전력으로도 우승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데이비스의 대체 선수가 올 때까지 30분 이상 출전이 예상되는 라건아는 "우리 팀이 오늘 오리온과 같은 상위권 팀을 상대로는 집중력이나 투지가 발휘되는데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는 그러지 못할 때가 있었다"며 "남은 6라운드에서는 수비 집중력을 유지하며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 정규리그를 잘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