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그린 천주교 교구 주보 표지화 원화 전시…'십자가의 길' 조각도
서울대교구 허영엽 신부와 '그림으로 보는 복음묵상' 출간
주보 성화 200점 한자리에…정미연 작가 '현존' 개인전
성화 작가 정미연 화백이 가톨릭 전례력의 주기에 따라 수년간 그려온 주보 표지화의 원화(原畵)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작가 정미연은 2015년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보를 시작으로 대구, 전주, 원주, 제주 등 5개 교구의 주보 1면 성화들을 그려왔다.

그는 이렇게 그린 주보 표지화에 '나 자신과 함께 하는 십자가의 길' 등 틈틈이 작업한 성화까지 200점을 모아 '현존(現存)'이라는 이름의 개인전을 연다.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서울 명동성당 갤러리 1898에서 그의 성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정미연의 작품은 현대적 미에 한국인 정서와 감성이 배어있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주보를 접하는 다양한 신자들이 성화를 보며 잠시라도 묵상에 들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해왔다고 한다.

개인전에서는 주보 성화와 함께 작가가 콩테(conte)로 그린 '천지창조'도 전시된다.

데생용 재료인 콩테로 그린 천지창조는 채색화와 달리 묵직한 느낌을 준다.

주보 성화 200점 한자리에…정미연 작가 '현존' 개인전
정미연 작가는 지난해 주보 성화 전시를 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연기되자 천지창조를 그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어두웠던 시기 성경 속 천지창조의 의미를 되새기며 7일간의 창조사업 여정을 화폭에 담았다.

작가는 경북 군위에 있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의 공원'에 십자가의 길 14처 상과 성모상 등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

'현존' 전시회에서는 그가 만든 '십자가의 길' 등 조각 16점도 관람할 수 있다.

정미연 작가는 "코로나로 힘든 이때 하느님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하느님의 창조사업에는 인간의 사랑이 핵심이라는 것을 전하고자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전시회를 앞두고는 정미연의 성화 160점과 서울대교구 허영엽 신부가 각 그림에 따라 쓴 글을 묶은 '그림으로 보는 복음묵상'(기쁜소식)도 출간됐다.

전례력 주기에 따른 신약성경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접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추천사에서 "한주도 빠짐없이 글과 그림으로 신약성경 전체를 풀어내는 일은 한국 가톨릭 교회사 안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복음을 그림과 글로 묵상한다면 훨씬 더 깊은 주님의 가르침을 깨달을 수 있다"고 일독을 권했다.

주보 성화 200점 한자리에…정미연 작가 '현존' 개인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