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의 친권상실 청구 인용…불복 시 14일 내 항고 가능 자녀 3명 중 첫돌도 지나지 않은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가 2심에서 유죄를 받은 이른바 '원주 3남매 사건'의 피고인인 20대 부부가 남은 자녀에 대한 친권을 잃었다.
검찰은 부부가 숨진 둘째 딸과 셋째 아들뿐만 아니라 장남에 대해서도 신체적으로 학대했으며,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장기간 유기·방임해 친권상실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현행법상 부부는 친권상실 심판에 대해 불복한다면 심판을 고지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고, 항고하지 않으면 심판은 그대로 확정된다.
확정되었을 때 부부는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더라도 첫째 아들에 대한 친권을 행사할 수 없다.
◇ 때리고, 공중화장실에서 씻기고…열악한 환경서 양육
춘천지법 원주지원 장수영 판사는 지난 8일 황모(27)씨와 아내 곽모(25)씨에게 첫째 아들(6)에 대한 친권상실 심판을 내렸다.
이들 부부는 사망한 둘째, 셋째 외에 첫째 아이에 대해서도 머리를 때리는 등 여러 차례 신체적으로 학대하고, 약 5개월간 비좁은 차 안에서 숙박하거나 공중화장실에서 찬물로 몸을 씻기는 등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양육해 유기·방임한 범죄 사실로 유죄 선고된 바 있다.
장남에 대한 긴급피해자지원 결과 신장과 체중이 동년배의 하위 1%에 해당할 정도로 발육이 부진했고, 정서적 문제도 발견됐다.
초동수사에서부터 1심 공판에 이르기까지 직접 참여했던 검찰은 황씨 부부의 2심 결심공판에서 "살아남은 첫째는 얼굴에 폭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채 발견되었고, 한겨울임에도 반소매 차림으로 속옷도 입지 않은 채 시설에 인계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신체적·정서적 발달 정도가 낮음을 언급하며 "황씨 부부와 함께했던 힘든 시간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황씨 부부가 친권을 남용하고,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친다고 판단해 친권상실을 청구했다.
친권상실 재판 심문기일에 두 차례 출석해 그 필요성을 진술했고, 재판부는 "아동학대 등 친권을 행사시킬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장남의 후견인으로는 현재 보호 중인 아동보호시설장을 지정했다.
◇ 불복 시 즉시항고 가능…항고법원 결정도 불복하면 재항고
친권 상실은 부모가 친권을 남용해 자녀 복리를 현저히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자녀와 자녀의 친족, 검사 등의 청구로 가정법원이 친권 상실 또는 일시 정지를 선고해 아동을 보호하는 제도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7∼2019년 친권상실 청구는 연평균 약 180건으로 일부 인용을 포함해 약 100건이 인용됐다.
가사소송법상 부모가 친권을 박탈당하는 경우 심판을 고지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만약 황씨 부부가 친권상실 심판에 불복한다면 최대 두 차례 더 재판부의 받을 수 있다.
검찰은 최근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와 성범죄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법률상 책임과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권상실 외에도 범죄피해를 본 지적장애인에 대한 성년후견개시 심판 청구 등 민법상 검사에게 부여된 권한을 능동적으로 행사에 범죄피해자와 아동 등 약자 보호에 온 힘을 쏟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 살해 혐의 인정에 대법원 상고…'고의 없었다' 주장 전망
황씨 부부는 1심에서 살인과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가 2심에서 유죄로 뒤집혀 중형을 선고받고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앞서 1심을 맡았던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황씨 부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살인의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된다고 판단해 황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곽씨에게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년을 선고한 뒤 법정에서 구속했다.
피고인들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던 점이 유죄 판단의 결정적인 근거로 작용했다.
올해 초 생후 16개월에 불과한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모를 엄벌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일면서 원주 3남매 사건에도 엄벌 진정서가 빗발치기도 했다.
유죄로 뒤집힌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이들 부부는 1·2심에서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해온 만큼 살인죄를 인정한 2심 판단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