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실핏줄 터진 SK 문경은 감독 "화나는 시즌…팬들에게 죄송"
"원래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편인데…."
프로농구 서울 SK의 문경은(50) 감독이 넋두리 비슷하게 말했다.

문경은 감독은 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원정 경기 시작 전에 왼쪽 눈에 실핏줄이 터져 빨갛게 된 모습으로 기자들과 만났다.

문 감독은 '스트레스성 아니냐'는 기자들의 말에 평소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다면서도 "밤에 잠이 안 온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새벽 3시 넘어까지 잠이 잘 안 와서 뒤척일 때가 많다"며 "이번 시즌은 조금만 잘했어도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즌인데 이렇게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화가 난다"고 털어놨다.

SK는 이날 전자랜드에 58-81로 크게 지면서 17승 27패, 8위에 머물렀다.

6위 전자랜드(23승 22패)와는 승차가 5.5경기로 벌어져 6강 진출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SK가 남은 10경기에서 다 이기더라도 전자랜드가 잔여 9경기에서 반타작 정도만 하면 SK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SK가 남은 10경기를 다 이기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눈에 실핏줄 터진 SK 문경은 감독 "화나는 시즌…팬들에게 죄송"
무엇보다 문경은 감독이 화가 나는 이유는 시즌 개막 이전만 하더라도 SK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기 때문이다.

개막 미디어 데이에서 10개 구단 사령탑들에 '자신의 팀을 제외하고 우승 후보를 지목해달라'는 질문에 SK는 무려 7표를 받았다.

시즌 초반 9승 4패를 기록하는 등 12월 초까지 선두 경쟁을 벌일 때만 해도 SK는 우승 후보다운 면모를 보였으나 이후 여러 악재가 겹치며 하위권으로 밀렸다.

김선형, 최준용, 안영준, 김민수 등 주전 선수들이 부상 때문에 수시로 자리를 비웠고 지난해 12월에 터진 최준용의 소셜 미디어 관련 사건으로 인해 팀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결국 최준용은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김선형도 발목 인대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전력에서 이탈했다.

문 감독은 "우리 팀은 부상이 나와도 기본이 6주"라며 "외국인 선수도 자밀 워니가 잘하면 닉 미네라스가 부진하고, 미네라스가 잘하면 워니가 헤매는 양상이 반복됐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워니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등 힘들 것으로 생각해 배려를 많이 했다"며 "그러다 보니 체중이 계속 불고, 경기 내용도 안 좋아졌지만 최근 달라지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문 감독은 이날 경기 패배 후 "감독으로서 팬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도록 남은 10경기에서 팀을 빨리 추슬러서 시즌 마무리를 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