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사랑이 깃드는 음반가게…소설 '뮤직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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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물결이 밀려들던 20세기 말 영국의 한 상가 거리. '유니티스트리트'로 불리는 이곳에서 십수 년간 음반 가게를 운영해온 프랭크는 CD의 유행에도 불구하고 LP 음반(Long-playing record) 판매만 고집한다.
CD는 디지털 최신 문명이고, LP는 아날로그 구닥다리다.
영국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레이철 조이스의 장편소설 '뮤직숍'에서 주인공 프랭크는 이처럼 전통, 익숙함, 추억 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부동산 회사가 재개발하려는 낙후한 지역 유니티스트리트와 마찬가지로.
유니티스트리트에 있는 노포들이 존폐의 기로에 놓였듯 변화를 거부하는 프랭크의 운명 역시 위태로워 보인다.
음반사에서는 CD를 팔지 않으면 거래를 끊겠다고 프랭크를 압박하지만, 그는 '음악은 LP로 들어야 제맛'이란 지론을 굽히지 않는다.
프랭크는 단순히 음반을 파는 상인이 아니다.
그는 걸어 다니는 음악 사전으로 인정받을 만큼 전문성을 자랑하고 어릴 때부터 다양한 음악을 폭넓게 즐겨온 애호가다.
그는 클래식부터 메탈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의 음악을 편식하지 않고 들어야 한다고 믿으며, 음반 진열과 배치도 장르별이 아니라 정서나 주제별로 한다.
예컨대 베토벤 '월광 소나타'와 마일스 데이비스 '카인드 오브 블루', 비치 보이스 '펫 사운즈' 앨범을 한자리에 모아둔다.
이는 상당한 전문 지식이 축적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이런 전문성을 기반으로 프랭크는 기분이 우울할 때 듣는 음악, 실연당한 사람을 위로하는 음악, 불면증 치료 음악 등 다양한 손님들의 요구를 반영해 음반을 추천하고 개인적 고민까지 들어줘 단골이 많았다.
하지만 부동산 회사의 재개발 추진이 가속하면서 프랭크의 음반 가게를 비롯한 노포들의 생존도 점점 더 큰 위기를 맞는다.
이럴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러브 라인'이다.
녹색 코트를 입고 음반 가게 쇼윈도 앞에서 기절한 여성 '일사'는 과거 실연의 아픔에 사랑을 거부해온 프랭크의 마음속에 슬그머니 들어온다.
두 사람은 연애 감정을 느끼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역 재개발을 비롯한 여러 운명적 사건들 속에서 이들의 사랑과 프랭크의 음반 가게, 유니티스트리트 사람들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까.
먼 나라, 다른 시대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지금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일들과도 그리 다르지 않을 '보편성'을 지닌 게 이 소설의 강점이다.
지난 2018년 영국 '더 타임스'와 미국 '워싱턴포스트' 올해의 책에 선정되는 등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동시에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조동섭 옮김. 밝은세상 펴냄.
/연합뉴스
CD는 디지털 최신 문명이고, LP는 아날로그 구닥다리다.
영국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레이철 조이스의 장편소설 '뮤직숍'에서 주인공 프랭크는 이처럼 전통, 익숙함, 추억 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부동산 회사가 재개발하려는 낙후한 지역 유니티스트리트와 마찬가지로.
유니티스트리트에 있는 노포들이 존폐의 기로에 놓였듯 변화를 거부하는 프랭크의 운명 역시 위태로워 보인다.
음반사에서는 CD를 팔지 않으면 거래를 끊겠다고 프랭크를 압박하지만, 그는 '음악은 LP로 들어야 제맛'이란 지론을 굽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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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걸어 다니는 음악 사전으로 인정받을 만큼 전문성을 자랑하고 어릴 때부터 다양한 음악을 폭넓게 즐겨온 애호가다.
그는 클래식부터 메탈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의 음악을 편식하지 않고 들어야 한다고 믿으며, 음반 진열과 배치도 장르별이 아니라 정서나 주제별로 한다.
예컨대 베토벤 '월광 소나타'와 마일스 데이비스 '카인드 오브 블루', 비치 보이스 '펫 사운즈' 앨범을 한자리에 모아둔다.
이는 상당한 전문 지식이 축적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이런 전문성을 기반으로 프랭크는 기분이 우울할 때 듣는 음악, 실연당한 사람을 위로하는 음악, 불면증 치료 음악 등 다양한 손님들의 요구를 반영해 음반을 추천하고 개인적 고민까지 들어줘 단골이 많았다.
하지만 부동산 회사의 재개발 추진이 가속하면서 프랭크의 음반 가게를 비롯한 노포들의 생존도 점점 더 큰 위기를 맞는다.
이럴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러브 라인'이다.
녹색 코트를 입고 음반 가게 쇼윈도 앞에서 기절한 여성 '일사'는 과거 실연의 아픔에 사랑을 거부해온 프랭크의 마음속에 슬그머니 들어온다.
두 사람은 연애 감정을 느끼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역 재개발을 비롯한 여러 운명적 사건들 속에서 이들의 사랑과 프랭크의 음반 가게, 유니티스트리트 사람들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까.
먼 나라, 다른 시대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지금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일들과도 그리 다르지 않을 '보편성'을 지닌 게 이 소설의 강점이다.
지난 2018년 영국 '더 타임스'와 미국 '워싱턴포스트' 올해의 책에 선정되는 등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동시에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조동섭 옮김. 밝은세상 펴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