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진=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원지방검찰청이 이첩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관련 의혹 사건의 직접 수사 여부를 늦어도 이번 주 내 발표하기로 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해당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만큼, 이 지검장은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공수처가 해당 사건을 두고 직접 수사와 검찰 재이첩, 경찰 국가수사본부 이첩 등의 선택지 앞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10일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사건 처리 관련 발표 시점을 묻는 질문에 "11일이나 12일에 밝히겠다"며 "이번 주 금요일을 넘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공수처법 제25조 제2항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해당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돼 있다. 이에 김학의 사건을 수사 중이던 수원지검은 지난 3일 이 지검장과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건을 공수처로 넘겼다.

김진욱 처장은 여운국 차장과 파견 수사관들과 함께 수원지검에서 이첩된 사건 기록을 지난 일주일간 검토 중이다. 만약 공수처가 수사 주체로 결정된다면 김 처장과 여 차장이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가 사건을 맡는다면 수사 시기는 빨라도 다음달일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수처 검사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오는 12일 검사 선발 기준 마련 등을 위한 첫 인사위원회를 열고, 다음 주 중 면접전형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런 일정 탓에 아무리 속도를 내더라도 4월 초중순께나 수사 착수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김 처장은 "사건 기록을 쌓아놓으면 사람 키를 넘는 수준"이라 묘사하며 자료가 방대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수사에 걸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검찰로의 재이첩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공수처법 제24조에 따르면 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을 해당 기관에 이첩할 수 있다. 앞서 김 처장이 지난 4일 "지금까지 수사해온 검찰이 이 내용을 제일 잘 알고 있으니 이것도 방법"이라고 언급한 만큼 수원지검 수사팀으로 사건이 다시 갈 수도 있다.

다만 김학의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6일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 이미 힘이 빠진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이 사건을 검찰이 아닌 국수본으로 이첩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국수본은 5급 이하 공무원의 범죄를 수사하기 때문에 이 지검장(차관급)과 이 검사(3급)가 연루된 해당 사건을 관할할 수 없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