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미국발 마스크 논란…백신 맞으면 벗어도 안전?

美CDC, 접종자 대상 마스크 지침 완화…韓질병청은 "착용해야"
백신 맞아도 항체 안 생길 수 있고 항체 있어도 경증·무증상 전파 가능
변이 바이러스에 백신 효과 의문…집단면역 형성 전엔 착용 불가피

국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가 38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미국발 마스크 지침 변경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도 백신 접종자에 한해 마스크 착용의무를 해제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나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8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끼리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불필요하다'는 내용의 새 방역지침을 발표했다.

CDC는 '완전한 백신 접종자'(백신별로 규정된 마지막 회차분 백신을 맞은 때로부터 2주가 지난 사람)는 ▲다른 백신 접종자와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지 않은 채 만날 수 있고 ▲비접종자여도 중증을 앓을 위험성이 낮고, 여러 가족이 아닌 한 가족 구성원이라면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지 않은 채 만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완전한 백신 접종자'가 전체 인구의 약 9%(약 3천100만 명)에 도달한 시점에 느슨해진 새 마스크 지침을 발표한 미국과 달리, 백신 접종을 막 시작한 한국 방역 당국은 기존의 강력한 마스크 지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8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완전히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안전해질 때까지는 마스크 착용, 역학조사 및 방역 대응은 같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는 완연히 다른 우리 방역 당국의 입장에 시민들의 반응도 둘로 나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백신 맞아서 항체가 생기는 것과 바이러스 감염·전파는 전혀 다른 문제인데 CDC가 성급하게 지침을 완화했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언제까지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수는 없으니 우리도 미국처럼 백신 접종자에게는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해줄 필요가 있다"는 반응도 있다.

◇ 백신 맞았다고 '100% 항체 형성' 아냐…시간 지나면 '항체값' 감소
이론상 백신 접종자에게 '마스크 착용이 필요없다'고 단언하기 위해서는 해당 접종자가 더 이상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코로나19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위험이 없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백신 접종으로 항체가 형성되는 등의 예방효과가 100% 발생하고, 이러한 효과가 영구적으로 지속된다는 점이 확인되어야 마스크의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도입 코로나19 백신중 100% 예방효과가 입증된 백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세계에서 개발 중인 어떤 백신도 100% 예방효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도입 코로나19 백신 중 화이자 백신의 예방률은 95%, 모더나 백신의 예방률은 94.1%,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예방률은 70.4%다.

모두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코로나19 백신 임상 유효성 기준인 50%의 예방률을 넘겼기 때문에 유효한 백신으로 인정받았지만 '감염 저지율 100%'를 보장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백신 접종으로 항체가 형성됐더라도 면역력이 영구히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단위면적 당 항체의 양을 의미하는 '항체가(價)'가 떨어지기 때문에 백신 접종 시기로부터 멀어질수록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은 더 커지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백신을 맞는다고 다 항체가 형성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항체가가 떨어져 예방효과도 감소한다"며 "백신을 맞고 항체가 생기기 전에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가 벌써 나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항체 있어도 경증·무증상 감염 가능…마스크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어
뿐만 아니라 항체가 형성된 후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체가 바이러스의 체내 침투까지 막지는 못하기에 체내 침투를 막는 '물리적 방어벽'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이러스가 일단 몸속에 침투하면 항체가 있든 없든 바이러스는 자가복제를 통해 감염증을 발병시키는 과정에 돌입한다.

백신으로 형성된 항체는 이때 바이러스의 자가복제를 막아 감염증으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억제한다.

그러나 백신으로 형성된 항체가 바이러스의 체내 침투 자체를 원천봉쇄하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항체가 형성됐다고 하더라도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백신의 효과는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항체가 반응해 감염증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항체가 체내 침투한 바이러스의 자가복제를 항상 완벽하게 막지는 못 한다는 점이다.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 항체가 있더라도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이 발병할 수 있는 것이다.

비말 등에 섞인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물리적 차단막'격인 마스크의 역할이 백신 접종 국면에도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엄중식 교수는 "건강한 사람이야 항체가 감염증을 완벽하게 막아 주지만 일부는 경증이나 무증상으로 감염증을 겪는 사람도 있다"며 "당연히 그런 사람들은 항체가 있더라도 바이러스를 체외에 배출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염내과 전문의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백신 접종을 통해 항체가 생기더라도 개인마다 면역계의 차이가 있어 아예 발병하지 않거나 발병하더라도 약한 수준으로 앓고 지나가는 등 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백신,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 의문…"남아공 변이에 효과 떨어져"
백신과 마스크 문제와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라는 변수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변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 영국, 일본 등에서 발견된 바 있는데, 현재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백신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라 변이한 바이러스에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김우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도 계속 발견되고 특히 남아공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마스크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방심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최소한 코로나19에 대한 집단 면역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마스크 착용 지침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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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