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코로나 방역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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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봉쇄'로 기선제압 나선
뉴욕·캘리포니아주와 달리
과학적이고 치밀한 분석 아래
'자율과 책임' 정책 편 플로리다
방역·경제 두 토끼 다 잡았다
이학영 상임논설고문
뉴욕·캘리포니아주와 달리
과학적이고 치밀한 분석 아래
'자율과 책임' 정책 편 플로리다
방역·경제 두 토끼 다 잡았다
이학영 상임논설고문
코로나 사태 초기 ‘방역 영웅’으로 갈채를 받았던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의 추락이 속절없다. 추한 소문이 잇달아 사실로 드러나면서 그가 몸담은 민주당의 주 의회 지도부까지 사퇴 압박을 하고 있다. 여성 참모들에 대한 성희롱 못지않게 유권자들을 격분시킨 게 있다. 뉴욕 주내 요양원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 숫자를 축소 발표한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 쿠오모는 1년여 전 시작된 코로나 사태 초반에 매일 아침 뉴욕 주내 감염 및 사망자 발생 현황과 대응조치를 차분한 목소리로 명료하게 브리핑했고, 미국 전역에 TV로 생중계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간과했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비교되면서 ‘미국 방역정치의 희망’으로까지 불렸다.
‘쿠오모 방역’은 초강력 봉쇄조치가 핵심이었다. 음식점과 주점의 영업, 학생들의 등교수업 등을 장기간 제한했다.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기간에는 가족모임까지 통제했다. “일률적이고 선제적인 차단이 최고의 방역 해법”이라는 소신이 확고했다. 장기화된 봉쇄조치에 생계를 위협받게 된 소상공인과 통제에 지친 시민들의 반발이 커졌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쿠오모표 정책’이 방역에 별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작년 11월부터 올 2월까지 넉 달 동안 인구 100명당 코로나 감염환자 숫자가 5.8명에 달했다. 사업장에 100% 정상영업을 허용하고 학생들에게 주 5일 등교수업을 받게 하는 등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느슨한 방역조치를 취해 ‘미국의 스웨덴’으로 불린 플로리다(5명)보다 감염률이 더 높았다. 감염률보다 더 아픈 통계는 사망률이었다. 플로리다보다 50%나 높았다. 그런데 이마저도 요양원 사망자 통계를 축소 조작한 결과임이 드러난 것이다. 뉴욕주의 러티샤 제임스 검찰총장은 “실제 요양원 사망자는 공식 통계보다 50%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무조건 봉쇄’가 코로나 방역에 능사가 아님은 캘리포니아주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주지사가 이끄는 캘리포니아는 뉴욕 못지않게 초강력 거리두기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다음달부터 놀이공원과 스포츠경기장 등의 개장을 허용한다고 최근 발표했지만 수용률을 정원의 15%로 제한했다. 로스앤젤레스 교외에 있는 디즈니랜드는 “그러면 개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즉각 발표했다. 영업 손익분기점이 되는 수용률 25%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정반대 방역정책을 편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주지사의 플로리다와 여러모로 대비됐다. 플로리다는 작년 5월 초부터 음식점과 이발소, 네일숍, 체육관 등과 함께 대형 놀이공원을 수용률 상한선 50% 조건으로 영업하게 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의 최근 4개월간 100명당 코로나 감염자 숫자가 6.4명으로 플로리다(5명)보다 훨씬 많았고, 사망률도 20% 높았다.
원천봉쇄의 뉴욕과 캘리포니아, 자율방역 원칙을 적용한 플로리다의 정책이 경제 분야에서 엄청난 차이를 낸 것은 물론이다. 지난해 실업률(플로리다 4.6%, 캘리포니아 8%, 뉴욕 10.4%)이 단적인 지표다. 작년 3분기 경제성장률도 플로리다는 3.7% 하락에 그친 반면 캘리포니아와 뉴욕은 각각 4.9%, 8% 후퇴했다. 상점들의 정상 영업과 함께 미국 내 다른 지역 기업들이 ‘사업할 자유’를 찾아 플로리다로 몰려든 덕분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플로리다로 이주한 대기업만 35곳(미국 조사통계국)에 이른다.
플로리다가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것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과학에 바탕을 둔 정책을 치밀하게 시행한 덕분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외부인의 요양원 출입을 전면통제했고 23곳의 노인전용 코로나치료센터를 운영해 방역의 가장 취약한 고리였던 노인 감염 및 전파 소지부터 차단했다. 각종 사업장과 시설도 초반에는 일괄 봉쇄했다가 방역효과를 정밀하게 추적하며 단계적으로 완화했다. 스탠퍼드·하버드·옥스퍼드대 교수들에게 자문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용한 결과다. ‘K방역’ 통제를 국민의견 수렴을 거쳐 ‘자율과 책임’ 원칙으로 완화할 것이라고 예고한 한국 정부가 참고할 만한 얘기들이다.
haky@hankyung.com
‘쿠오모 방역’은 초강력 봉쇄조치가 핵심이었다. 음식점과 주점의 영업, 학생들의 등교수업 등을 장기간 제한했다.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기간에는 가족모임까지 통제했다. “일률적이고 선제적인 차단이 최고의 방역 해법”이라는 소신이 확고했다. 장기화된 봉쇄조치에 생계를 위협받게 된 소상공인과 통제에 지친 시민들의 반발이 커졌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쿠오모표 정책’이 방역에 별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작년 11월부터 올 2월까지 넉 달 동안 인구 100명당 코로나 감염환자 숫자가 5.8명에 달했다. 사업장에 100% 정상영업을 허용하고 학생들에게 주 5일 등교수업을 받게 하는 등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느슨한 방역조치를 취해 ‘미국의 스웨덴’으로 불린 플로리다(5명)보다 감염률이 더 높았다. 감염률보다 더 아픈 통계는 사망률이었다. 플로리다보다 50%나 높았다. 그런데 이마저도 요양원 사망자 통계를 축소 조작한 결과임이 드러난 것이다. 뉴욕주의 러티샤 제임스 검찰총장은 “실제 요양원 사망자는 공식 통계보다 50%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무조건 봉쇄’가 코로나 방역에 능사가 아님은 캘리포니아주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주지사가 이끄는 캘리포니아는 뉴욕 못지않게 초강력 거리두기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다음달부터 놀이공원과 스포츠경기장 등의 개장을 허용한다고 최근 발표했지만 수용률을 정원의 15%로 제한했다. 로스앤젤레스 교외에 있는 디즈니랜드는 “그러면 개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즉각 발표했다. 영업 손익분기점이 되는 수용률 25%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정반대 방역정책을 편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주지사의 플로리다와 여러모로 대비됐다. 플로리다는 작년 5월 초부터 음식점과 이발소, 네일숍, 체육관 등과 함께 대형 놀이공원을 수용률 상한선 50% 조건으로 영업하게 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의 최근 4개월간 100명당 코로나 감염자 숫자가 6.4명으로 플로리다(5명)보다 훨씬 많았고, 사망률도 20% 높았다.
원천봉쇄의 뉴욕과 캘리포니아, 자율방역 원칙을 적용한 플로리다의 정책이 경제 분야에서 엄청난 차이를 낸 것은 물론이다. 지난해 실업률(플로리다 4.6%, 캘리포니아 8%, 뉴욕 10.4%)이 단적인 지표다. 작년 3분기 경제성장률도 플로리다는 3.7% 하락에 그친 반면 캘리포니아와 뉴욕은 각각 4.9%, 8% 후퇴했다. 상점들의 정상 영업과 함께 미국 내 다른 지역 기업들이 ‘사업할 자유’를 찾아 플로리다로 몰려든 덕분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플로리다로 이주한 대기업만 35곳(미국 조사통계국)에 이른다.
플로리다가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것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과학에 바탕을 둔 정책을 치밀하게 시행한 덕분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외부인의 요양원 출입을 전면통제했고 23곳의 노인전용 코로나치료센터를 운영해 방역의 가장 취약한 고리였던 노인 감염 및 전파 소지부터 차단했다. 각종 사업장과 시설도 초반에는 일괄 봉쇄했다가 방역효과를 정밀하게 추적하며 단계적으로 완화했다. 스탠퍼드·하버드·옥스퍼드대 교수들에게 자문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용한 결과다. ‘K방역’ 통제를 국민의견 수렴을 거쳐 ‘자율과 책임’ 원칙으로 완화할 것이라고 예고한 한국 정부가 참고할 만한 얘기들이다.
haky@hankyung.com